금융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팀장급 연봉 격차 최대 2000만원 (종합)
2016-02-01 15:01
이를 통해 간부급 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의 성과연봉 비중을 공공기관 최고 수준인 3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1일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 방안을 발표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이날 열린 공공기관 기관자과의 간담회에서 "금융공공기관이 보다 강화된 성과연봉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임금 뿐만 아니라 평가·교육·인사·영업 등 전반에 걸쳐 성과중심 문화를 모범적으로 정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9개 금융공공기관은 예금보험공사, 캠코,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급, 기술보증기금 등 준정부기관 5곳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등 기타공공기관 4곳이다.
◆금융공공기관 1인당 평균보수 8525만원… 공공기관 전체 평균 1.4배
정부가 성과주의 확산을 적극 추진하는 것은 금융권 전체적으로 보수·평가·교육·인사 시스템 전반에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가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금융공공기관의 1인당 평균 보수는 8525만원으로, 공공기관 전체 평균(6296만원)보다 1.4배 높고 민간은행(88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정부가 2010년 '성과연봉 비중 20%, 차등폭 2배 이상'을 권고함에 따라 2급 이상 간부직의 경우 2014년 기준 성과연봉 비중이 28% 수준이지만, 이하 비간부직은 그 비중이 17%로 낮다.
특히 일부 기관에서 여전히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기업은행, 예탁결제원은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는 전년 기본연봉에 직급별로 정해진 금액을 일률적으로 가산하고 있다.
성과보수 비중은 예탁원이 8%, 기업은행·신보·기보·주금공이 10%대 초반에 불과하다. 더불어 성과보수의 차등폭이 1.6배 이하로 낮은 상황이다.
◆금융공공기관 성과급 비중 30% 적용… 안 지키면 예산 깎는다
금융당국은 △성과별 차등화 △금융업무 전문화 △공공부문 선도 등 3대 원칙을 바탕으로 보수·평가·인사·영업방식 등 모든 부문에 걸쳐 성과주의 문화를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보수체계의 경우 금융기능을 수행하는 금융공공기관의 특성 등을 감안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이에 성과연봉 비중을 권고안에서 가장 높은 기준인 30%를 적용한다. 또 최하위 직급(5급), 기능직을 제외한 모든 직원에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 성과연봉제가 적용되는 인원은 기존 1327명에서 전체 직원의 68%인 1만1821명으로 확대된다.
또 차하위 직급(4급)에 기본연봉 인상률 격차를 적용해 최고·최저간 전체 연봉 격차를 20~30% 이상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고정수당처럼 운용되는 부분은 변동성과급으로 전환한다.
이번 금융위의 방안에 따라 3급 직원(팀장급) 기준 첫해 기본연봉의 최고·최저간 차이는 134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본연봉에 성과급 비율을 반영한 성과연봉의 차이는 1920만원으로 예상돼 첫해 3급 직원의 연봉 격차는 최대 2050만원까지 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주택금융공사, 캠코, 예금보험공사 등 6개 기관의 올해 예산을 확정하면서 인건비 인상률을 1.5~2.2%로 정하고 이 가운데 1%를 경영 인센티브 인건비로 별도 편성하도록 했다.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에 따라 인건비 인상률 폭을 차등화하겠다는 의미다.
금융위는 또 성과연봉제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도 마련한다.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통해 이달 중으로 보상·교육·승진·전보 등 인력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 개인 평가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영업점 KPI(성과평가기준) 등 집단 평가의 경우 인재육성·고객만족도 등 질적 지표를 확대 반영하고, 민원·고객 담당 임원에게 인센티브 체계에 대한 주기적 검토와 CEO(최고경영자) 보고 의무 등을 부여한다.
이외에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개발하고 능력 있는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토록 한다.
금융위는 3월 초까지 기관별로 추진 계획을 수립하게 하고 내년까지 제도 도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임 위원장은 "일하지 않아도, 전문성이 없어도 똑같은 대우를 받는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노사가 협력해 선도하는 기관에는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잇딴 특별승진… 성과주의 확산 동조
이미 시중은행들도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잇따라 성과주의 도입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탁월한 영업 성과를 거둔 행원급 직원 6명을 은행 창립 이래 최초로 특별승진을 시켰다. 신한은행 역시 8명의 직원에 대해 특별승진을 실시했다.
한국SC은행은 작년말 4년만에 뽑는 공채 신입행원 50명에 연봉제를 적용키로 했다. 한국씨티은행이 본점 일부 부서장을 전문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하반기 문을 열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K뱅크도 성과주의 연봉제를 도입할 전망이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과주의 도입은 임금체계 뿐 아니라 고용과 제도 등 여러 사안에서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