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두증 유발 '지카바이러스' 전세계 공포 확산…정부 대응 강화

2016-01-31 23:08
두달새 25개국에서 급속 발생
백신·치료법·신속진단법 없어
정부, 제4군 법정감염병 지정

[자료=질병관리본부 제공]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남미를 시작으로 북미·유럽·아시아 지역으로 퍼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포까지 고려 중이다.

31일 보건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은 최근 2개월간 멕시코·브라질·에콰도르·아이티 등 중남미 22개국과 태평양섬 사모아, 아프리카 카보베르데, 태국 등 25개국에서 발생했다. 또한 미국·캐나다·영국·스위스·뉴질랜드 등에서도 환자 발생이 보고됐다.

지카바이러스는 1947년 우간다의 지카 숲에 사는 붉은털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됐다. 바이러스에 감염은 주로 '이집트 숲모기'에 물려 발생한다. 드물지만 수혈이나 성관계처럼 체액을 교환한 경우에 발병하기도 한다. 어머니를 통해 태아에게 전염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신생아의 경우 이 바이러스가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소두증은 보통 신생아의 머리 둘레인 34~37㎝보다 작은 32㎝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 두개골이 너무 빨리 봉합되거나 커지지 않아 발생한다. 또 전신마비 증상을 유발하는 희귀 질환인 길랭-바레증후군의 원인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백신이나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것이다. 신속 진단법도 없다. 더구나 올해는 엘니뇨 현상으로 여러 지역에서 모기 개체수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돼 국제적으로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WHO 미주지역본부(PAHO)는 과거 뎅기열 사례를 고려할 때 미주대륙의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내년까지 300만∼40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카바이러스로 인한 소두증 환자가 처음 발견된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11월 이 바이러스와 소두증과 관련한 국가적 보건비상사태를 선포했다.

WHO는 2월 1일 긴급위원회를 열고 PHEIC 선포 여부와 바이러스 발생지에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PHEIC는 국제보건규정(IHR)에 따라 질병이 국제적으로 퍼져서 다른 나라의 공중보건에 위험이 된다고 판단될 때 선포한다. 상황이 심각하고 특이하며 예기치 못한 정도로 감염국 이외의 공중보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즉각적이고 국제적인 조치가 필요할 때도 선포가 이뤄진다.

지금까지 PHEIC이 선포된 사례는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2014년 소아마비·에볼라바이러스 확산 등 총 3차례가 있었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지난해 지카 바이러스가 미주 대륙에서 발견된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국제보건규정에 따라 지카 바이러스 대책 긴급위원회를 2월 1일 소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도 대응책을 강화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을 제4군 법정감염병에 지정했다. 또한 임신부에게 발생국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임신부는 최근 2개월 내 환자가 발생한 국가로의 여행을 연기하고, 꼭 방문해야 한다면 의사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당부하고 "귀국 후 2주 안에 지카바이러스 의심증상이 있으면 병원에서 진료와 산전 진찰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발생국을 여행할 때는 모기에 물리지 않게 신경 써야 한다. 모기 기피제와 방충망 등을 사용하고, 긴 소매와 긴 바지를 입어 노출 부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질본 측은 "브라질 등은 모기 활동이 감소하는 5월 이후까지도 지카바이러스의 유행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발생국 최신 정보를 확인한 후 여행 계획을 세우고, 여행 중에는 모기에 물리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