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한파' 고용시장…'설상가상'으로 한 줌의 온기도 없다
2016-01-25 15:42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 폭 5년 만에 최저치
올해 역시 수출 부진 탓 고용 전망 '암울'
'엎친 데 덮친 격' 민주노총 파업에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지연
올해 역시 수출 부진 탓 고용 전망 '암울'
'엎친 데 덮친 격' 민주노총 파업에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지연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2015년 불어닥친 '고용한파'가 올해도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수출 부진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경기 침체로 5년 만에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새해 들어 따뜻한 온기는커녕 '설상가상(雪上加霜)' 고용시장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모든 정책역량을 일자리 창출에 쏟아붓고 있음에도 노동개혁은 갈피를 못 잡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쟁점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노동현장의 불확실성과 기업 경영활동 위축에 따른 신규채용 문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 2015년 암울했던 고용시장, 올해는 더 심각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2593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33만7000명 증가에 그쳤다. 2010년 32만3000명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또한 작년 전체 실업률은 3.6%로 2010년(3.7%)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같이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이유는 극심한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의 하향세가 계속되면서 수출 부진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기업 매출과 근로소득 증가세가 둔화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올해 들어서도 수출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데 따른 고용시장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10일 수출액은 85억24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5% 급감했다.
새해 첫 10일간의 감소 폭이 워낙 커서 수출의 마이너스 행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수출이 부진에 따른 기업들의 생산활동 둔화로 고용창출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경기부진 장기화로 인한 제조업의 재고증가와 기업 구조조정이 고용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즈와 시티그룹 등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고용시장과 관련,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 창출이 제약될 것이라며 특히 재고 증가와 기업 구조조정을 우려했다.
이들 해외 IB들은 농업과 건설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수출 부진 및 산업 구조조정 영향으로 제조업 고용은 5000명의 소폭 증가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씨티는 올해 계절조정 실업률이 상반기에 3.7%, 하반기 3.6%로 지난해보다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계절조정 실업률은 지난해 2분기 3.8%를 고점으로 3분기에는 3.6%, 4분기에는 3.4%로 하락세를 보였다.
씨티는 계절조정 취업자 수도 지난해 33만7000명 증가에서 29만명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 우리경제의 신규고용 창출능력이 갈수록 저하될 것으로 분석했다.
바클레이즈 역시 대기업의 생산기지 해외이전으로 중소기업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일자리 창출이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농업과 건설, 사회복지 등을 중심으로 고용증가세가 나타났지만 제조업이 부진하면 고용개선의 지속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설상가상' 고용관련 쟁점법안 국회 표류 지속에 민노총 파업
세계경기와 국내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일자리 창출의 핵심 키워드인 노동개혁 4대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1만78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는 파견제법과 69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긴다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파견법의 취지는 55세 이상 중장년층에게 일자리를 주고 구인난을 겪는 제조업 등 각종 '뿌리산업'에 인력을 원활히 공급하자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중장년층이 정규직을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파견 형태로라도 일자리를 주자는 개념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비정규직만 양산할 것이라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역시 마찬가지다. 이 법은 서비스산업의 규정 범위를 일부 교육·의료 분야까지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서비스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 및 연구개발 확대를 위한 자금·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 법의 통과로 70만개에 가까운 신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지만 야당은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와 함께 이날 민노총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가뜩이나 침체된 고용시장이 더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민노총은 정부의 2대 지침인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에 맞서 2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정부의 이 지침은 성과가 낮은 사람에게 일정한 재교육기회를 부여하고 이후 일정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해고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 4대 입법 불발과 민노총이 총파업 등으로 신규채용 문이 더욱 좁아지는 '고용절벽'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판례에 따른 소송이 이어지고 노사관계 악화로 인한 기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신규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학계 관계자는 "법안 통과 지연으로 상여금 등 통상임금 범위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포함 여부 등이 불명확해 사안별로 소송 등 법적분쟁이 붓물을 이루는 혼란이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고용불안이 지속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는 신규 채용, 일자리 창출 여력까지 갉아먹어 청년 고용절벽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