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 부총리 만난 원장·부모들 "누리과정 파행으로 월급 밀리고 직장 잃게 생겼다"

2016-01-22 14:34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이준식 사회부총리가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교육감들이 우선 편성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이 부총리를 만난 유치원, 어린이집 원장과 학부모들은 사태를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든 정부에 불만을 쏟아놨다.

이 부총리는 22일 서울 마포구 일민유치원을 방문해 유치원, 어린이집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고 “교육감들이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 편성하면 타사업에 부족분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가 이같은 제안을 하고 있지만 시도교육청은 이전부터 이같은 교육부 입장에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차후에 부족한 부분에 대해 지원을 해줄 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법령 개정하고 의무지출로 규정했으나 시도교육청이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누리과정 예산이 포함된 교부금을 이미 교부했고 교육청 재정을 분석해보니 인건비가 과다 책정돼 있고 긴급하지 않은 시설비도 편성한 것이 확인되면서 재원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교부금은 전년비 1조8000억원이 늘어 교육감들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편성할 수 있다”며 “임금체불이 우려되는 상황이 안타깝고 지속적으로 교육감들과 소통하고 설득을 통해 문제가 해소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명희 유치원연합회 서울지부 회장은 “누리과정 사업이 저출산을 막기 위한 것인데 이런 문제가 매년 되풀이되는 것에 대해 원론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며 “중앙정부도 양보해 예산을 좀 더 지원해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이에 대해 “이미 예산을 법에 따라 교부했는데 편성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예산을 주기는 곤란하다”며 “우선 편성을 하고 그 다음 다른 사업에 필요하다면 별개로 지원을 검토하는 것은 가능하며 목적예비비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데 줄 수 없고 편성을 우선 해야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주먹구구식으로는 안되고 지자체전출금도 늘 전망인 가운데 후반기 추경 여지도 있으니 너무 불안해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 어린이집원장은 “지난해에는 유치원은 지원이 이뤄지고 어린이집은 안돼 원아모집이 어려워서 1학기에는 영아들만 있었다”며 “올해는 서울에서 유치원도 지원이 안 돼 덜 혼란스럽지만 아이들 보는 게 다를 수밖에 없고 이런 일이 매년 반복되는데 안정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다른 어린이집 원장은 “아는 사람이 중학교 행정실에 있는데 지난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편성이 안 돼 남는 돈이 있어 학교 시설비가 신청한 것보다 더 나왔다고 해 속상해 했던 적이 있다”며 불만의 화살을 교육청으로 돌리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10살, 6살 아이의 부모인데 누리과정 지원이 있어 유치원이 비싸지만 선택할 수 있었다”며 “제도를 만들었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7살, 4살 아이를 둔 한 학부모는 “누리과정 지원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안정적으로 직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며 “매년 이러면 엄마들 경력이 단절될 수밖에 없고 집에서 보거나 해야 하는데 두 명이면 자비로 100만원 이상인데 보낼 수가 없고 계속 이러면 일을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유치원 원장은 “오늘이 월급날인데 월급이 아예 안 나오지 않을까 교사들이 불안해 하고 매일 월급이 나오냐고 묻는다”며 “교사들은 급여 액수를 생각하면 근무를 못할 정도이고 오로지 아이들 좋아하고 소명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지금 아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들이 밝으려면 교사가 안정돼야 하는데 지금 그러질 못하고 있고 경력교사들은 월급이 많아 더 불안해 하는데 왜 이렇게 아이들 위한 예산 지원에 인색한지 모르겠다”며 “외부에 얘기하기도 부끄럽고 서울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명희 회장은 “복지부는 어린이집에 안심하라는 공문이라도 보냈는데 교육부는 뭘했나”라며 “3월이면 신입생이 들어오는데 지금 입학금 반환해달라는 부모들도 나온다”고 절박한 심정을 털어놨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들은 똑같은데 차라리 안주려면 똑같이 안줘야지 유치원은 편성이 돼 있다는데 어린이집도 풍전등화로 열악한 상황이고 교사를 뽑는데 지원하려고도 안한다”며 “교육감들이 어린이집은 교육기관 아니라고 예산 편성을 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방문규 복지부 차관은 “17개 시도 중 일부는 정상집행하고 일부시도가 문제인데 이 곳에 국가가 지원을 하게 되면 허리띠를 졸라매 전체 편성한 곳이 불이익을 보게된다”며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유아 무상 교육을 하도록 한 표준화 과정으로 동일한 교육을 만든 것이 누리과정으로 교육을 수행하기 때문에 교부금으로 하도록 한 것이고 누리과정을 교육하면 교육기관으로 돼 있는데 교육감들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명희 회장은 “교육청도 돈이 없고 부채도 상당한데 정부 주장만 하면 다음주에 어떻게 하라고 하는 것인가”라며 “지원을 검토해야 하고 우리도 시의회에 유치원 예산으로 우선 어린이집과 반반씩 편성하고 나머지는 타협을 해서 해결해달라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유치원 원장은 “교사들이 아이들 보는데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어 곤혹스럽다”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