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선후 '행정수도 이전' 정치쟁점으로

2016-01-20 15:44

[차이잉원 대만 총통 당선자]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이 총통에 당선되자마자 대만 정계에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진당 텃밭으로 알려진 대만 남부의 가오슝(高雄), 타이난(臺南) 등 지역의 민진당 출신 시장들이 현재 북부 수도 타이베이(臺北)에 몰려있는 주요 중앙정부 행정기관을 남부로 이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가 20일 보도했다.

행정수도 이전설을 가장 먼저 꺼낸 것은 천쥐(陳菊) 가오슝 시장이다. 천 시장은 북쪽을 중시하고 남쪽을 경시해서는 안된다며 국유기업 본사를 포함한 일부 중앙기관을 남부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이잉원 총통 당선자에게 ‘총통의 남부 사무실’을 마련할 것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칭더(賴淸德) 타이난 시장은 대만 총통이 집무하는 총통부를 아예 타이난으로 옮겨 와 타이난을 정치 수도로 만들 것을 제안한 상태다. 총통부를 남쪽으로 옮겨와 지역 균형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것. 또한 타이중 지역으로 입법원(국회), 행정원(정부청사) 등을 이전해 이곳을 행정수도로 만들고, 북부 타이베이는 경제수도로 만들 것을 주장했다.

린자룽(林佳龍) 타이중(臺中) 시장도 국가안보를 위해 타이베이에 중앙 행정기관이 몰려있는 것은 이상적이지 못하다며 행정수도 이전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민진당 대변인은 새 정부를 꾸릴 때 각 도시별 발전 역할과 향후 계획, 지역 균형발전을 중요시할 것이라며 이와 관련 각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당은 반발하고 있다. 린더푸(林德福) 국민당 입법위원(국회의원)은 행정수도 이전은 거대한 사업으로 행정 사회적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 것이라며 단지 정치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주장했다. 무소속 출신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 시장은 행정수도 이전은 장기적으로 신중하게 토론해야 하는 문제라고 전했다.

민진당 출신 인사들이 비록 지역 균형 발전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기관 이전으로 볼 정치적 이득을 위한 지역 이기주의라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시보는 19일 평론에서 “주인인 차이잉원 당선자가 앞치마를 두르기도 전에 각 지방 제후들이 음식을 주문하면서 차이 후보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쓴 소리를 냈다. 일각선 남부 지역이 텃밭인 민진당이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한 대만 북부지역을 기반으로 한 국민당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