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맞은 노동개혁·…勞·政 정면 충돌
2016-01-19 16:17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한국노총이 끝내 노사정 대타협 파기와 노사정위원회 불참 선언을 통보했다.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으로 대화가 실패하면서 사실상 노동개혁이 무산됐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노총은 19일 오후 4시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공식 선언했다. 이와 함께 타협의 창구인 노사정위에 대한 무기한 불참을 통보했다.
김동만 한노총 위원장은 이날 "노사정 합의가 완전 파기돼 무효가 됐다. 한노총은 더 이상 합의 내용이 지켜지지 않는 노사정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면서 "그 동안의 협상 기조에서 벗어나 정부·여당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정책에 맞선 전면적 투쟁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노총은 지난 11일 제61차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5대 법안과 2대 지침을 다시 협의하자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입장이 변화가 없자 이날 대화 결렬이라는 초강수로 응수한 셈이다.
한노총은 향후 정부의 노동개혁 강행에 대한 투쟁계획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법률투쟁(2대 지침 헌법소원)과 총선 투쟁(노동개혁법 찬성 후보 상대 낙선운동), 조직 투쟁(민주노총과의 연대를 포함한 전면 총파업) 등 3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한노총이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선언하자 정부로서도 더는 노동계와의 협의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2대 지침은 국회 처리 없이 정부 차원에서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개혁 5대 입법과 관련없이 우선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노총이 5대 입법에 대한 일부 내용과 2대 지침의 협의과정을 이유로 대타협의 근본취지를 부정한 파탄선언을 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5대 입법과 2대 지침, 현장실천 조치 등 노사정 대타협에 따른 후속 개혁 사항들을 흔들림 없이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 노사정 주체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사정위원회도 18년만에 처음으로 '조성 불성립'을 선언했다.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더 이상 대화를 중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대환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와 노동계 양측이 한치의 양보 없이 '명분 쌓기'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양대 지침 추진과정에서는 다소 조급한 면이 있었고, 노동계도 대화와 논의를 거부한 측면이 있다"면서 "2대 지침은 노동개혁의 핵심도 아니고 근로자에게 치명적인 사안도 아니다. 지금이라도 만나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노사정위는 이달 7일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에서 양대 지침 초안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자고 합의했으나, 지난달 30일 정부 주최 전문가 토론회에서 초안이 언론에 공개돼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이에 한노총측에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노정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으면서 노동개혁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노동개혁이 무산될 경우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상실됨은 물론, 기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청년의 고용 절벽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수출 부진과 저출산·고령화에 부딪힌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경제불안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국가 이미지가 실추돼 한국의 국가신용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장 올해부터 근로시간 단축, 정년 60세 연장 등이 시행되는 등 관련 법과 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노동개혁 5대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통상임금 등에 대한 법적 분쟁은 물론, 고용불안 확대, 해외 투자 등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