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탄생 90주년 SK, 최종건 회장이 살아 있었다면?
2016-01-17 16:16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오는 30일은 담연(湛然)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이 탄생 90주년을 맞는다.
1926년 1월 30일 태어나, 1973년 11월 15일 별세까지 48년의 삶은 한국의 재계 창업주 역사상 가장 짧은 생애로 기록된다.
이 가운데, 선경 창업주로서 기업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한 것은 1953년 정부 귀속재산이던 선경직물공장을 인수해 선경 창업주로서 산 기간은 20년이었다. 이 기간 동안 최종건 창업회장은 어느 창업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열정을 쏟아내며 SK그룹의 기반을 다졌다.
사업 파트너이자 동생이었던 최종현 선대회장은 형을 떠나 보낸 뒤 한 언론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이렇게 추모했다.
“사적인 세계에서 형님은 어디까지나 나의 그지없는 형님이었고, 특히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음에는 형님은 우리 집안의 총사였으며 그의 말은 우리 집안에 거의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사적인 세계를 벗어나 사업관계에 들어오면 공적 입장에서 상호 의견을 존중하는데 노력해왔고, 기탄없는 의논으로 서로 신뢰를 얻어 형제간에 남달리 힘을 얻었다고 자부한다. 형님과 나와는 비슷한 성격이면서도 여러 모로 달랐다. 그리고 각자의 장단점이 서로 잘 보완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주위 사람들이 말한다. 형님이 살아 계실 때 이상으로 잘해서 주위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 형님의 유훈이라고 믿고 있다.”
제품개발, 인재영입 사업다각화, 사업환경 변화 등은 SK그룹 성장사에서 반드시 언급되는 단어다. 경영활동에서 어떠한 도전과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안 되는 것이 없고, 안 되면 되게 한다”는 강한 도전정신과 실행력을 보여준 최종건 회장의 정신은 후대에도 이어져 대한석유공사(현 SK(주), 1982년),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섬유에서 석유화학,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 등으로 사업구조를 바꿔나가며 재계 3위로 발돋움했다.
SK그룹 내에서는 창업회장과 관련한 별도의 기념행사는 준비하지 않고 가족들만이 모여 조용히 치를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래도 지난해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의욕적으로 뛰던 최태원 회장이 갑작스럽게 개인사가 불거지면서 대외 활동이 지장을 받는 등 그룹내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배경도 있어 보인다.
앞으로 2년 후면 최태원 회장은 SK그룹 총수의 자리에 오른지 20년이 된다.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는 말 대로 최태원 회장은 큰아버지인 창업회장과 아비저인 선대회장 만큼 그룹을 성장시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치 않는다. 또한 1960년생으로 오래 56세가 된 최태원 회장은 두 사람보다 훨씬 오랜기간 SK그룹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기간을 돌아보면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기간이 많았다. 그가 자리를 비운사이 전문경영인이 집단 경영체제로 메워나갔지만 한국 재계 문화에서 오너의 경영 공백은 불안요소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재계 전문가들은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SK그룹 임직원들은 한 눈 팔지 않고 성공을 고집한 창업회장의 사업에 대한 열정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