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고]나라사랑으로 일희일비한 을미년
2016-01-15 08:16
우리는 세상만사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 기뻐할 일만 있다면 오죽 좋겠으나, 그렇게 녹록치만은 않은 것이 세상의 일이다. 광복 70년이라는 기쁜 소식과 함께 맞이한 2015년이지만 분단 70년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은 광복 70년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이에 광복의 기쁨은 이어나가고 분단의 슬픔은 끊어내고자 국가적 차원의 애국심 함양 운동을 벌였지만 이 또한 일희일비의 절대법칙의 궤를 이탈하지는 못했다.
먼저 2015년 3월부터 이루어진 태극기를 통한 애국가치의 선양에 우리는 웃을 수 있었다. 사실 국가보훈처에서는 태극기 거리 조성 운동을 수 년 전부터 추진해오고 있었는데, 2015년에는 이것이 광복 70년 태극기 사랑 70일 운동으로 확대되어 전국적으로 실시된 것이다.
3·1절을 기해서 전국적으로 태극기가 게양되었는데, 이로부터 70일이 지난 호국보훈의 달과 8·15에도 전국을 물들인 태극기의 향연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에게 애국의 가치를 아로새긴 태극기 게양 운동의 방점으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 8월 15일을 기해 45.815m의 태극기를 게양하려는 노력은 무산되었다. 호국보훈의 달과 UN참전기념일을 거치며 고조된 애국의 분위기는 물론 태극기 선양을 통한 국민통합에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된 것이다.
태극기 게양에 대한 국민의 절대적 지지(‘15.10, R&R, 87.3% 찬성)와 국가보훈처의 부단한 협상 노력, 국무조정실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2015년 내 광화문 광장에의 국기 게양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러한 8월의 악재는 같은 달 북한의 지뢰도발과 맞물리며 대한민국에 암운을 드리웠지만,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오천만 국민에게서 비롯되었다.
準전쟁상황으로 공포감을 조성해 국론분열을 야기하고 반사이익을 챙기겠다는 북한의 해묵은 전략은 전역을 연기한 장병·국가의 부름을 기다린 예비역·한목소리로 단호한 대응을 요구한 국민에 의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8·25 합의 6개조를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비단 북한의 사과 뿐만은 아니었다. 국민의 애국심이 국민통합으로 이어져 안보강화를 달성한 것이야말로 진정 값진 수확이었다.
안보력이 곧 국력임을 감안하면 안보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민 애국심 함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부연이 필요치 않다.
그럼에도 정기국회가 시작된 2015년 10월 크게 우려할만한 일이 있었는데, ‘나라사랑정신 계승·발전’이라는 비목에 계상된 100억원의 금액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국민의 나라사랑 정신을 함양하는 일이 일각에서는 ‘반민주적·국수주의적·이념편향적·갈등조장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비목은 2015년보다 54억원이 증액된 80억원으로 확정되었다.
하지만 원안에 비해 20억원이 삭감된 것도, 애국 교육이 대한민국서 차지하는 비중이 0.002%(올해 예산에서의 점유율)로 평가된 것도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처럼 을미년은 나라사랑과 관련해서 특별한 일이 많은 해였다. 대한민국의 상징물이자 나라사랑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태극기와 관련된 일로 웃을 수 있었던 한편 안타깝고 답답하기도 했다.
지속된 나라사랑 정신 함양 노력의 성과가 국민 안보의식 강화로 나타났는가하면 이러한 나라사랑 교육이 올해에는 무산될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이렇듯 대한민국을 뒤흔든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그 해결책이자 핵심가치로 작용할 나라사랑이 얼마나 잘 발현되었는가에 따라 사건의 향방을 좌우하고 국가 공동체의 운명에도 영향을 주었다.
을미년이 나라사랑으로 일희일비한 한해였다는 제목의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닌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