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올해는 숨통 트이나?

2016-01-07 11:25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소비침체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 등으로 힘겨운 한 해를 보낸 식품업계가 올해는 2016년에는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식품업계는 지난해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방했다. 곡물 가격 하락이라는 큰 수혜를 입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공식품 업체들은 원재료인 소재식품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올해에는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장기간의 곡물가격 하락으로 경작면적이 축소된 일부 품목은 생산 부족으로 인한 '가격 폭등설'까지 나오고 있다.

◆ HMR 인기는 올해도 쭈욱~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HMR(가정편의식, Home meal replacement)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MR 시장은 1인 가구 확대,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을 통한 저가 외식 대체, 신제품 출시 효과 등으로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향후 3년 간도 연평균 10~15%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식품 대기업은 물론 유통업체까지 HMR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식품시장은 경기 요인보다 마케팅 강도, 히트제품 탄생 여부에 따라 더 크게 변동한다. 성장률 둔화에 직면한 유통업체들이 PB(Private brand) 식품을 통해 모객 활동을 강화하는 이유다.

이미 높은 성장을 하고 있는 편의점 HMR PB 제품이 대표적이다. 2014년부터는 이마트의 ‘피코크’와 같은 대형마트의 PB HMR류도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의 최대 강점은 매대를 보유하고 있고, 구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광범위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한 것이다.

CJ제일제당, 대상 등 식품 대기업들도 HMR 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어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판매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HMR 시장이 일부 저가 외식시장을 대체하면서 국내 외식시장은 대기업 진출, 프랜차이즈화, 고급화 등으로 한끼 식사의 금액이 올라가며 또 다른 성장을 이루어 낼 것으로 보인다.

◆ 주류·라면은 신제품으로 '승부'

올해에는 원재료 가격 하락이라는 수혜가 없기 때문에 업체들은 신제품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하얀국물 라면, 허니버터칩, 순하리, 짜왕 등의 신제품이 대박난 이유는 새로운 맛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강했기 때문이다.

라면은 지난해 상반기 농심 짜왕의 히트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하반기에 출시된 짬뽕 신제품은 신라면보다 가격을 두 배 이상으로 책정,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올해는 이러한 고가 라면 경쟁이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라면 가격이 두 배로 점프한 상황에서 경쟁에서 승리하는 업체는 수익구조가 대폭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주 연구원은 "질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소비자가 더 많은 가격을 지불할 명분을 제공한다면 고가 라면에 대한 수요는 충분히 생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류 역시 다양한 도수와 맛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올해도 신제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과일소주 시장은 쇠퇴기에 접어 들었다. 하지만 일부 업체가 내놓은 탄산소주나 새로운 형태의 소주 등은 앞으로도 많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과업계의 경우 허니버터칩 외에도 캔디류나 젤리류 등 기타 카테고리에서도 간간히 히트제품들이 나오고 있어 긍정적이다.

◆ 힘내요 '유업계'

유업계는 원유가격연동제의 영향력 약화로 지난해보다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하반기에 도입된 이 제도로 낙농가는 기대 마진이 확대됐지만 유업체들은 잉여유 증가, 손실 확대폭이 커졌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원유가격이 동결됨으로써 올해 낙농가의 기대 마진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잉여유 증가로 인한 흰우유 영업손실율은 2014년 하반기 분기당 6~7%에서 최근 3% 수준으로 개선됐다. 흰우유의 매출액 비중이 30%에 달해 이러한 수익성 개선은 전체 이익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시장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중국 분유시장은 지난해 22조원 규모로 향후 3년간 연평균 17%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10월 '한 자녀 정책'이 폐지되고 전면적 '두 자녀 정책'이 시행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신생아 수 증가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가장 우수한 생산설비를 보유한 매일유업이 중국 시장 성장의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일유업은 전체 중국향 한국산 분유 수출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경주 연구원은 "국내 분유 매출액은 향후 3년간 연평균 4%의 안정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출산율이 더 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고 제품의 고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