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00, 국회 시계는 '제자리'…선거구 획정·법안처리 공전

2016-01-04 17:15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내년 4·13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2+2 회동'에서 정의화(가운데) 국회 의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새해가 밝았지만 국회의 시계는 여전히 지난해에 멈춰져있다.

선거구 획정은 이견 폭을 좁히지 못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고, 쟁점 법안도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하기에는 진전된 사항이 없다. 게다가 각 정당은 내분을 겪으면서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의지도 없어보인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4일 새해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가야 할 방향으로 의장은 뚜벅뚜벅 갈 수밖에 없다"면서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에 대한 합의를 중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정 의장은 이날도 여야 당 대표를 만나 오찬을 함께 하며 선거구 획정 기준에 대한 합의를 재차 촉구했다.

오는 4월 13일로 예정된 20대 총선까지는 이날로 꼭 100일이 남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선거를 치를 선거구조차 획정하지 못했고, 여야의 당내 공천룰 논의도 진통을 겪고 있다.

정 의장은 지난해 마지막날 자정을 기해 획정위에 현행(의원정수 300명 유지, 지역구 246석) 제도 하에서 자치구·시·군 일부 분할을 허용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획정위는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 여야 추천 인원이 각 4명씩 동수로 구성된 데서 예상된 결과다. 

마치 폭탄돌리기처럼 선거구 획정에 대한 책임은 획정위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당 지도부 회동 등을 돌고 돌아왔다. 새해 벽두부터 획정위 전체회의가 성과없이 끝나는 모습은 몇 달전 상황을 그대로 보는 듯한 기시감마저 든다.

당장 1월 1일부터 홍보물 발송 등이 금지된 예비 후보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임정석(부산 중동구), 정승연(인천 연수구), 민정심(경기 남양주을) 예비후보는 각각 이날 공직선거법 관련, 국회를 피고로 하는 '부작위 위법 확인 및 선거구 획정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안양시 동안구갑에 출사표를 낸 민병덕 예비후보도 이날 선거구 획정 무효로 야기된 '예비후보자 홍보물 발송금지 행정처분 취소 및 효력정지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게다가 여당이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을 연계처리하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접점은 더욱 찾기 어려워진 상태다. 쟁점법안 논의가 멈춘 지금, 정치권 안팎에선 국회가 본연의 기능인 '입법'을 무시한 채 '태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열린 새해 첫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여야는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상대방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야당을 향해 '개혁거부세력', '국론분열세력'이라고 비난했고, 이목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여당을 향해 '청와대 출장소'라고 비꼬았다. 국회가 '마비'되면서 1월 임시국회가 다시 소집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합의없는 임시회는 열어도 무용지물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19대 국회를 두고 '역대 최악의 국회'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여야가 대승적 차원에서 타협을 해야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TBS 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회가 가장 먼저 법을 준수하는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초법적인 상황을 스스로 초래했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변명의 여지가 별로 없다"면서 "어떤 의미에서는 무책임 정치의 극치라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국회 시무식에서 “차이를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서로의 의견을 모아가야 한다”면서 "새해 우리 국회는 ‘화위정수(和爲政首)’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