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신년사로 본 금융권 '병신년' 화두는?
2016-01-03 14:28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국내 역시 저성장, 가계·기업부채, 기업 구조조정 등 많은 어려움이 산재해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여기에 계좌이동제 본격 시행,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등으로 금융업권 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어 위기의식을 드러낸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 CEO들이 새해 신년사를 통해 강한 위기감을 표시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세계 경제는 미국 금리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신흥국 부채위기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국내 여건 역시 수출과 내수의 동반부진,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도 "글로벌 경제는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와 중국의 성장둔화로 대분열시대에 접어들었고 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국내 상황도 저성장 지속과 한계기업의 증가, 가계부채 등에 따른 실물경기의 위축으로 금융산업은 자산성장의 한계와 이익 창출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금융업권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환 회장은 "저금리·고령화 여파와 계좌이동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등으로 시장 내 대기성 자금의 업권간 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 할 전망이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출현, 제조·유통업체 중심의 각종 결제 서비스, 비대면 실명인증 등 그동안 금융업을 지배하던 틀을 깨는 서비스들이 본격 도입되는 거센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역시 "계좌이동제의 본격도입과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핀테크기업의 금융업 진출 확대 등 금융업의 입지를 흔드는 요인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면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가 디지털 기반으로 급속히 변화함에 따라 우리는 이보다 한 발 더 빨리 변화하고 혁신해야 하는 중요한 해"라고 이야기했다.
금융사 CEO들은 이런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김정태 회장은 고객 중심의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위기를 이겨내고 도약하는 힘을 갖기 위해서 우리의 마음이 고객을 향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혁신도 '고객의 가치'에서 비롯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용환 회장은 현장을 강조하며 "업무 프로세스와 운영 체계 전반을 점검해 우리의 체질을 영업 현장과 고객중심으로 빠르게 바꾸어 나가야 한다"면서 "본부는 영업현장의 고충과 애로사항에 귀 기울여서 신속하게 지원을 해야 하며 영업현장은 진정성을 가지고 고객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구 행장은 "창의적인 영업 전략과 발 빠른 추진력으로 모든 경쟁 분야에서 시장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모든 부문에서 증가 실적만큼은 반드시 1위를 지속하여 이미 기존에 시장점유율 경쟁 우위를 확보한 부문은 그 격차를 더욱 확고히 하고 뒤쳐진 부문은 1~2위 수준으로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금융규제와 새로운 제도, 고객 트렌드 변화에 한 발 앞서 대비해줄 것을 당부하며 창업과 성장 초기 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확대해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정책금융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