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효도법의 운명은?
2015-12-30 15:06
아주경제 이동재 기자=
③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효도법의 운명은?
현재 국회에는 효도법(일명 불효자 방지법) 관련 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채 본격 심의조차 되지 상태여서 내년 5월 19대 국회 회기가 끝나면 폐기될 처지에 놓여 있다.
법안의 핵심은 재산을 증여 받은 자식이 부양 의무를 제대로 다 하지 못할 경우가 부모가 도로 돌려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효도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하더라도 부모가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기 쉽게 될 전망이다.
현행 민법 556조는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기로 약속한 경우 자녀가 부모에게 범죄행위를 하거나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증여를 해제(취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증여를 이미 이행한 때는 증여를 해제(취소)할 수 없다'(민법 558조)는 조건도 달려 있다.
하지만 사실상 부모가 자녀의 범죄·패륜 행위나 불효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법원이 이미 작성되어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효도계약서 등의 서면 계약을 중시하는 이유도 이 같은 현실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나아가 증여 받은 재산 뿐 아니라 이익분에 대해서도 반환 의무를 져야 하며, 증여 받은 돈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전액을 돌려 줘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 시켰다.
증여 해제권 행사 기간도 현행 6개월에서 '해제 원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 또는 증여한 날부터 5년'으로 늘리도록 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은 부모에 대한 배신이나 배은망덕한 행위가 있을 때 부모가 증여한 재산을 1년 이내에 돌려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유럽 사회에서 이처럼 이른바 '부모의 증여 철회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이유는 배신행위로 상호간 신뢰관계를 깨뜨린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재산을 준다는 것이 증여라는 법률행위 본질상 맞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민법 개정안도 거의 비슷하다. 민의원 측이 낸 법안에 비해 해제권 행사기간을 2년으로 길게 하고 증여 해제 또는 부양의무 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한 걸음 더 나갔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현행 민법의 증여조항은 배신행위자에 지나치게 유리하고 증여자에 불리한, 한마디로 '배은망덕 조장법'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민법 개정안과 함께 발의한 형법 개정안에서는 존속폭행죄에서 피해자가 원치 않을 때는 처벌할 수 없도록 규정한 반의사불벌(反意思不罰) 조항을 삭제했다. 자식이 부모를 폭행한 경우 부모가 원치 않아도 처벌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서상 부모가 자식들에게 폭행을 당하더라도 처벌을 원하는 경우는 드물어 현재 법안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형법 제260조 3항은 '제1항(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및 제2항(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의 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反)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인학대가 외부가 아닌 가정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어르신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사례 420건을 분석한 결과 56.3%가 자식들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형법 260조와 관련, 특히 재산만 물려받고 망은(忘恩)하는 불효자를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데다 법무부도 관련 조항 개정을 검토하고 있어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