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주력산업의 활로 이렇게 뚫어라

2016-01-01 00:00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세계 최초의 '천연가스 직분사 추진 방식 LNG운반선'. [사진 = 대우조선해양]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국가 경제를 선도(先導)하던 주력산업의 저성장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대한민국은 새로운 ‘성장 방정식’ 정립이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이를 통해 위기의 한국 경제가 도출해야 하는 해답은 주력산업의 혁신을 통한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수익창출원) 확보다.

전자·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 등 국내 5대 주력산업은 경쟁력이 약화된 기존 핵심분야에서 손을 떼는 ‘탈(脫) 산업’이 아닌 강점을 활용해 위기를 뛰어넘는 ‘초(超) 산업’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위기의 주력산업을 기회의 성장동력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사라진 한국 경제의 성장 DNA 회복을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국제강이 올해 2월 상업생산 예정인 신개념 코일철근 ‘디코일(DKOIL)’. [사진 = 동국제강]


◆ ‘제품 고도화’로 한국만의 경쟁력 확보
국내 산업계는 잃어가는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기술력에 우위를 둔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의 제품에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기술력을 덧입혀 경쟁업체와의 차별화를 추구하고, 이를 통해 고유의 경쟁 파워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조선업과 철강업의 올해 핵심 성장전략 또한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제품 개발이 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이미 범용상선에서 고부가가치선까지 선박 건조기반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국제 해양 환경 규제에 대응한 친환경 에코십과 I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십 등 고부가 선박 개발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유망 ‘캐시카우’에서 ‘적자무덤’으로 전락한 해양플랜트 기반 강화도 올해 한국 조선업계가 안고 가야할 중대 과제 중 하나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국내 대형 조선업계들의 고부가가치화 및 차별화의 중요한 영역인 만큼, 이를 포기하기보다 기자재의 국산화, 자재‧설계의 국제표준화 등으로 경쟁력 제고에 나설 방침이다.

경기불황 속 중국산 철강의 공습이라는 최대 도전에 직면한 철강업 또한 중국 경쟁업체들이 모방하기 힘든 기술력으로 무장한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승부수를 띄운다. 고부가가치 제품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가격 방어가 용이하고, 중국 등 다른 경쟁업체들이 따라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급과잉 우려도 적다.

포스코는 자동차강판, 전기강판, 고탄소강 등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확대를 통해 경쟁력 확대에 나선다. 동국제강은 자체 컬러강판 브랜드인 ‘럭스틸(Luxteel)’을 앞세운 컬러강판과 올해 2월 상업생산 예정인 신개념 코일철근인 ‘디코일(DKOIL)’ 등으로 경쟁한다. 현대제철 또한 냉연 강판 등 자동차용 강판과 특수강 등 고부가가치 강재 생산에 방점을 찍는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유가하락과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성장세 둔화로 위기에 직면한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있어서도 기술력을 앞세운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은 최선의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S-OIL은 최근 울산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통해 폴리프로필렌, 프로필렌 옥사이드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증대 계획을 알렸다. SK종합화학은 '넥슬렌‘ 등 독자 개발한 고부가 화학제품으로 글로벌 시장 선도 목표를 내세웠고,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은 고흡수성수지(SAP) 사업을 통해 고부가가치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에 주력할 전망이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 ‘강점 극대화’로 新시장 진출 발판
주력산업의 강점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움직임도 주목된다. 핵심 기술을 다른 분야로 확대 적용하거나, 다른 분야의 기술을 도입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방식이다.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는 국내 전자업계는 이미 새로운 성장엔진 발굴에 착수했다. 전자업계는 기존 기술과 제품을 한 단계 발전시켜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및 전장산업(자동차 전자장비)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하드웨어 기술에 기반을 뒀던 삼성은 기존의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신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나섰다.

‘삼성’이라고 하면 스마트폰과 TV같은 가전제품 생산업체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제약회사’라는 이름표가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장식할 날이 머지않아 다가올 지도 모른다.

삼성이 바이오산업에 무작정 뛰어든 것은 아니다. 삼성은 다른 제약사들이 갖지 못한 강력한 무기이자 주력산업인 ‘반도체’ 공정과 플랜트 설비 기술력을 적극 활용, ‘강점 극대화’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과 IT의 융합을 통한 전장산업 또한 국내 전자업계의 캐시카우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3년 LG전자에 이어 올해 삼성전자가 전장산업 진출을 선언했다. 그간 삼성전자가 주력해온 자동차 전용 반도체 기술력이 적극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KT와 협력해 기존의 가전제품과 연동되는 IoT 서비스 ‘기가 IoT홈’을 개발하고, LG전자는 구형 가전제품에 붙이기만 하면 스마트폰으로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싱큐 센서’를 선보이는 등으로 IoT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