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막 여문 열매 같은 풋풋한 스물, 배우 이열음
2015-12-28 14:32
이열음이 뿜어내는 생경한 반짝거림을 처음 접한 것이 지난해 여름 방영한 tvN ‘고교처세왕’이었으니, 꼭 일 년 반을 기다려 만난 셈이다. 신인임에도 숨 돌릴 틈도 없이 네 작품을 연이어 출연한 것을 보면 이열음이 가진 가능성을 알아본 이가 기자뿐만이 아닌가 보다.
그 사이 이열음은 서럽게 울며 첫사랑을 친언니에게 양보했고(tvN ‘고교처세왕’), 가십이라면 귀를 쫑긋거리며 사족을 못 쓰는 사회 초년생(SBS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이 됐다가, 불운한 가정형편 때문에 한껏 삐뚤어진 고교생(KBS2 ‘가족을 지켜라’)을 지나, 병든 속내를 표독함으로 포장(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했다.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상이한 캐릭터였지만 이열음의 기저 깔린, 어린 신인만이 가질 수 있는 싱싱한 에너지는 언제나 화면을 뚫고 나왔다.
“제가 연기에 흥미를 느낀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어요. 엄마(KBS 탤런트 공채 출신 윤영주)가 배우니까요. 원래 부모님의 직업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잖아요. 중3 때 연기 학원을 몇 달 다녔는데 그때 찍은 프로필 사진을 엄마 카카오스토리에서 보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어요. 원래 데뷔를 빨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러브콜을 많이 받다 보니까 ‘지금이 적기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펄떡거리는 신인이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이열음이 유독 눈에 띄었던 이유는 넘치는 에너지를 마냥 발산하지 않고 퍽 능숙하게 조율했기 때문이다. 그 능수능란함을 미리 알아본 소속사 열음엔터테인먼트가 회사명을 가명으로 내줄 정도다. 그 흔한 금수저 논란도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이열음을 직접 만나보니 그 비결이 짐작됐다. “연기를 배우려고 연기학원을 갔는데 어느 순간 학원 선생님에게 칭찬받기 위해 맞춤식 연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당장 학원을 끊은” 그다.
그 명민함은 연기뿐만 아니라 배우 생활의 중심을 잡는데도 유효하다. “‘고교처세왕’ 당시 안하무인인 캐릭터 때문에 욕을 좀 먹었어요. 진짜 힘들었죠. (당시 이열음은 방영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댓글들이 나, 이열음이 아닌 이열음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향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요. 그게 캐릭터가 인정받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것도요. 이제는 내심 뿌듯할 때도 있다니까요.”
예쁘장한 얼굴에 나이까지 어리니 아이돌을 해도 잘 어울렸다고 했더니 고개를 저었다. “사실 제의를 많이 받기도 했어요. 아이돌을 준비하면 데뷔도 빠르다는 유혹도 있었죠. 하지만 저는 아이돌이 아니라, 스타가 아니라,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가장 최신작인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을 통해 캐릭터를 분석하는 법, 그것을 표현하는 재미를 알게 됐다”는 이열음은 어린 나이에 기대 여유를 부리지 않고 바지런을 떨겠다고 했다. 하지만 조급함은 없다.
“저보다 훨씬 어릴 때 연기를 시작한 조여정, 문근영 선배와 작업하면서 내가 얻은 것이 그리고 내가 감당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그것을 묵묵히 감내해야 한다는 것도요. 최근에 제일 많이 느낀 것은 경험도 많이 하고, 다양한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한다는 거예요. 지난해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다는 걸 느끼거든요. 작품에 들어갔을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많이 부지런히 움직여야겠죠. 그러다 보면 엄마와 당당하게 연기할 만큼 성장해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