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매서운 경쟁력, 중국 IT 5대천왕의 육성 비전
2015-12-21 12:34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저장(浙江)성 자싱(嘉興)시 우전(烏鎮)에서 제2회 세계인터넷대회(World Internet Conference)가 개최됐다. 이 대회는 중국 국무원 산하 인터넷정보판공실이 인터넷산업 글로벌화를 꾀하는 차원에서 IT산업이 특히 발달된 저장성 정부와 함께 지난해 처음으로 개최했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우전에서 열린 2회 대회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류윈산(劉雲山) 선전담당 상무위원, 루웨이(魯煒) 인터넷정보판공실 주임 등 중국 고위관료들과 함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등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8개국 지도자가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이 행사의 스폿라이트는 정치인들이 아닌 IT업계의 거두들에게 집중됐다. 무서운 기세로 굴기하고 있는 중국 IT업체들의 창업자들은 이 대회에서 각자의 비전을 토해내며, 중국 IT산업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IT분야에서만큼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이다. 대회에 참가했던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 리옌훙(李彥宏) 바이두(百度)회장, 레이쥔(雷軍) 샤오미(小米) 회장, 류창둥(劉強東) 징둥(京東) 회장 등 5명의 ‘중국 IT 영웅’들의 발언들을 정리해 본다.
중국 최대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며 중국 내수확대에 기여하고 있는 마윈 회장은 이번 세계인터넷대회에서 중국에 ‘소비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가 말하는 ‘소비의 시대’란 소비가 중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시대를 뜻한다. 그는 “중국의 투자와 수출은 현재 포화된 상황이고 이로 인해 뉴노멀시대를 맞았다”며 “소비위주의 경제로 전환하는 작업은 어렵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내수확장가능성은 여전히 무한하다”며 “소비위주 경제체제로의 전환은 짧으면 5년, 길면 15년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그는 “1980년대생과 1990년대생의 젊은층들은 미래 현금흐름을 소비하는 법과, 대출이나 투자유치를 통해 타인의 돈을 소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파격적인 발언이지만, 저축률이 높은 중국의 상황을 젊은 층이 바꿔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기업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소비를 이끌어내는 일은 기업가가 해야 한다는 것. 마 회장은 비즈니스의 세계에는 장사꾼(生意人), 상인(商人), 기업가(企業家) 등 세 부류가 존재한다고 구분했다. 장사꾼은 닥치는 대로 돈을 버는 이들이며, 상인은 선택적으로 돈을 벌며, 기업가는 사회적인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 그는 “기업가야말로 사회의 진보를 이끌어내는 사람들”이라면서 “창조와 혁신으로 무장한 기업가야 말로 중국 경제사회의 주력”이라고 말해 기업가 육성을 강조했다.
◆마화텅 “SNS기반 융압, 무한한 가능성”
마화텅 텐센트 회장은 SNS를 기반으로 다양한 업종간 협력을 통해 인터넷공간을 무한확대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 최대의 채팅프로그램인 QQ와 역시 최대 SNS 프로그램인 웨이신(微信)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SNS를 활용한 영역확대를 강조한 것.
마 회장은 “현정부가 추진하고 ‘인터넷플러스’정책은 IT와 타산업간의 융합을 촉진시킬 뿐 아니라 개인과 개인간의 연결도 촉진한다”며 “앞으로는 경제활동의 최소단위가 기업이 아닌 개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많은 젊은이들은 인터넷에 자신의 열정과 창의력을 투영해 창업을 단행하고 있다”며 “텐센트는 SNS망을 기반으로 창업자들과 다양한 연대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2년동안 텐센트는 SNS플랫폼과 데이터, 콘텐츠 방면으로 회사의 역량을 집중시켰고, 나머지 분야는 합작 파트너사들에게 대거 이관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 회장은 “신규사업에서 텐센트는 절반을 담당할 뿐이며, 나머지 절반은 파트너사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며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모바일인터넷 사용자수는 여전히 늘어가고 있으며, 농촌지역 인민들의 모바일인터넷 사용률도 높어지고 있다”며 “IT 융합사업을 벌이기에 최적의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SNS와 연계한 신규 사업모델은 무궁무진할 것이며, 젊은 개인들의 창의적인 창업을 더욱 촉진시켜야 한다고도 말했다.
◆리옌훙 “인공지능이 우리의 미래”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인 바이두의 리옌훙 회장은 인공지능에 대한 비전을 밝혔다. 그는 “중국의 인터넷산업은 놀랄만한 발전을 구가하고 있으며, 많은 부분에서 선진국 IT경쟁력을 능가하고 있다”고 운을 뗀 후 “중국의 전통산업의 효율성은 선진국에 한참 못미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터넷과 제조업을 융합한다면 그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제고시킬 수 있다는 것.
그는 “인터넷융합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핵심키를 쥐고 있다”며 “O2O 플랫폼 구축이나 무인자동차 등은 모두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두는 축적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 역시 세계 최대 검색업체인 구글 역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 미래 인터넷 발전에 있어서 인공지능 개발은 가장 중요한 핵심 원동력이 될 것이며 바이두가 이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는 그의 비전이다.
이번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바이두의 전시부스에서 리 회장과 10여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화제는 바이두가 개발중인 무인운전자동차였다. 바이두 무인자동차는 지난 9일 베이징에서 시험주행에 성공한 바 있다. 시 주석은 기술의 개발진도, 자동차 시속, 제조원가, 상용화기간 등 많은 질문을 쏟아냈고 리 회장은 “3년내 상용화, 5년내 대량생산이 목표”라는 답을 내놓았다. 리 회장은 “지난해 바이두의 R&D 투입비용이 구글의 그것을 초과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레이쥔 “고퀄러티 메이드 인 차이나”
중국의 스마트폰인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은 이미 글로벌 유명인사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는 가는 곳마다 내외신 기자들로부터 질문세례를 받아야 했다. CCTV의 간판기자인 바이옌쑹(白岩松)과의 인터뷰에서 레이쥔 회장은 “전세계 사람들은 중국을 크지만 강하지 않은 국가로, 중국제품은 조악한 불량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샤오미는 품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제품은 뛰어난 품질로 고객들을 감동시켜야 할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를 황제가 아닌 친구로 여겨야 하며,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샤오미는 이번 행사장에 대형부스를 마련해 놓고 스마트폰과, 스마트TV는 물론 배터리팩,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 제품을 전시했다. 시 주석은 샤오미의 부스에서 1인용 전동스쿠터인 나인봇을 직접 타보았다. 나인봇은 샤오미가 투자한 로컬업체로 지난 4월 이 제품의 원조격인 미국의 세그웨이를 인수했다. ‘샤오미 나인봇 미니’는 지난 10월 출시한 제품으로 한번 충전으로 22km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가격은 1999위안(약 36만원)으로 저렴하다. 레이쥔 회장은 “(시 주석이 탈 때) 떨려서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류창둥 “중국 전역 냉장물류망 구축”
중국의 인터넷쇼핑 시장에서 마윈이 이끄는 알리바바그룹의 최대 경쟁자는 징둥닷컴이다. 맨손으로 자수성가한 징둥닷컴의 류창둥 회장은 물류망 확대를 강조했다. 대회 한 세션의 기조강연에 나선 그는 “베이징에서 18년동안 일하는 동안 내 고향인 쟝쑤(江蘇)성 쑤첸(宿遷)의 명물인 청석(青石)으로 갈아만든 두부를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다”며 “이는 현지의 맛있는 식품이 냉장배송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징둥은 앞으로 2년만에 자체적인 냉장물류 배송망을 구축할 것”이라며 “중국 각지의 특산품이 신속하게 도시에 배송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여년동안 징둥닷컴은 대화물과 중소화물 배송망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대형제품들은 빈곤지역이나 낙후지역에도 배송되도록 각지 물류업체들과의 협업 시스템을 갖췄고, 중소화물은 징둥닷컴이 자체 물류망을 이용해 배송이 가능하도록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것. 류 회장은 “중국 전역을 커버하는 냉장유통은 각 지 농민의 수익을 획기적으로 높이며, 수많은 농촌기업들이 출현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