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용등급 지키기' 총력전…쟁점법안 통과 국회 압박

2015-12-22 08:08
"구조개혁 실패 땐 다시 하락"…수출부진·부채 등 변수 많아
S&P 상향때와 달리 '말 조심'…정부, 연내처리 강공 드라이브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가 국제신용등급 평가사인 무디스로부터 Aa2라는 역대 최고 평가를 받으며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 신뢰도가 상승한 것을 계기로 이를 지키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정부는 현재 조용히 시장 흐름을 관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 10월 또 다른 3대 국제신용평가사인 S&P에서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상향조정 당시 적극적으로 홍보하던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정부가 이번 국제신용등급 상향에도 웃지 못하는 것은 내년 한국경제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국가 신용등급은 올랐지만 수출부진, 가계부채 증가 등 한국경제 변수가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경제상황을 생각하면 큰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며 “미국 금리인상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남아 있고 저유가에 따른 신흥국 불안 등이 맞물리면서 신흥국에 여러 불안 조짐이 나타날 수도 있다. 중국도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최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박근혜 정부 4년차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정부가 한국 경제를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내년 경제에 대한 변수가 상당히 많다는 부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용등급 유지를 위해 총력전을 펼칠 방침이다. 

청와대에서는 최 부총리를 비롯한 정부 개각이 미뤄지자 연내에 쟁점법안 처리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내년 변수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쟁점법안 미처리와 노동개혁 실패 때는 신용등급 다시 하락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조개혁이 후퇴하면 신용등급은 언제든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추가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며 “기업활력제고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 5법 등 각종 구조개혁 입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용등급 상향을 계기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남은 경제법안을 올해 안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전문가들도 정치권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명분과 실리를 챙기기기 위해서는 쟁점법안 통과를 서둘러야 한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한 내년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서는 국가신용등급 상향에 고무되지 말고 기존 경제법안 통과에 매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인 셈이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국가신용등급 상향에 정부가 들떠 있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 기회를 어떻게 살려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정치권도 경제법안에 대해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방안을 내놔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 3.1%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대부분 민간 연구기관은 2%대로 전망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2.5%, 한국경제연구원 2.6%, 현대경제연구원 2.8%로 모두 2%대 후반을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 경제 환경이 올해보다 악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경기의 회복이 어렵고 수출(통관기준)도 0.7% 감소할 것”이라며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 52%는 내년 경영 기조로 긴축경영을 제시했다. 내년이 위기라고 생각하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