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관계 다시 암흑 속으로… 정상회담 더욱 요원

2015-12-15 08:10
中, 北보다 美와의 관계 우선… ‘수소폭탄’ 발언 북·중 외교라인 소통부재 시사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북한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이 지난 12일 중국 공연을 취소하고 돌연 귀국해 숱한 의혹을 낳고 있는 가운데, 복원될 조짐을 보였던 북·중 양국 관계가 다시 긴 어둠의 터널로 들어가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공연 취소의 원인으로 꼽히는 여러 의혹들 중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수소폭탄' 발언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중 간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나 내년 초 개최 가능성이 점쳐졌던 북·중 정상회담도 요원해질 전망이다.

◆ 중국, 미중 관계를 북중관계에 앞서 고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엘리트 분석 전문가는 모란봉악단의 공연 취소 이유는 알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중국 외교에서 북한 요소는 그리 큰 것 같지 않다"며 "북핵 문제 등 대량살상무기는 중국에게 있어 북한과의 관계를 뛰어넘는 미·중 관계의 핵심 사안으로 중국이 북한에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미·중 간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의 관리·통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암묵적으로 있기 때문에, 실제로 북한이 수소폭탄을 보유했을 경우 그 자체를 중국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미·중관계에 있어서 중국이 미국에 체면이 안 서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모란봉악단의 방중 직전 수소폭탄에 대한 공개적 발언에 대해 북한이 중국에 의견을 타진하지도 않았고, 북한이 중국의 입장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악단을 중국에 파견했다는 것이 북한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패착이었다는 설명이다.

◆ 북·중 외교라인 최소한의 소통도 부재

이 전문가는 특히 최소한의 소통도 되지 않고 있는 현 북·중 간 외교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바라봤다.

지난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한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상무위원의 방북은 중국이 북한에 주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최초의 국제무대 데뷔작이었다는 평가다. 이는 북핵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어떠한 형태든 북·중 간 소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중국이 북한에 암암리에 요구하고 있었던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시그널이었다는 분석이다.
  
이 전문가는 "하지만 이번 사건은 류 상무위원을 통해 북·중간 관계 개선, 외교채널을 좀더 다양화하고 소통을 강화할 것 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사건"이라며 "여전히 북·중 간에는 외교부-외교부, 조선노동당 국제부-중국 대외연락부 간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이런 외교적 미스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은의 자존심 크게 훼손돼

또한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어떻게든 국제무대에 나오려는 그 첫발이 이번 모란봉악단의 파견이었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정치적 문제를 중국과 논의하려는 모멘텀을 갖으려 했지만, 이번 공연의 중국측 참석자들의 수준을 통해 북·중 간 '동상이몽'을 실감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전문가는 특히 "조선노동당 국제부와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가 참석자들의 수준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된다"며 "합의가 안된 상태에서 공연단을 보냈고 중국 대외연락부 역시 '이정도 수준에서 맞춰주면 되겠다' 싶었을 것이고 김 위원장도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에 기대 이하의 대우를 받으니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중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던 공연이 설명 없이 갑자기 취소된 것은 외교적 문제에 따른 것일 수 있다"며 "시 주석 입장에선 북한이 결례를 범한 모양새이고 북한도 무시당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만큼 한동안 냉각기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