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스펙타파' 채용전형 확대...SK, LG 등 10개사 도입 운영

2015-12-14 11:00

지난 10월 2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한국잡월드에서 열린 '경기·강원·제주 청년 20만+ 창조 일자리 박람회'에서 취업희망자들이 채용 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 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우리나라 주요 10개 그룹에서 일반 채용전형과 별도로 스펙을 보지 않는 스펙타파 채용전형을 운영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삼성, 현대자동차 등 주요 10개 그룹의 스펙타파 채용전형 사례를 조사한 결과, 10개 그룹 중 SK, LG, 롯데 등 5개 그룹이 학교, 학점, 어학점수 등의 스펙을 보지 않고 PT·공모전에서 지원자의 독창적 아이디어를 검증한 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마니아, 파워블로거 등 특이경험자를 우대하는 곳은 현대자동차, KT 등 3개 그룹, 현장에서 인재를 발굴해 채용까지 연계하는 곳은 신세계, CJ 등 2개 그룹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삼성그룹은 2013년부터 인문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SCSA'(삼성컨버젼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참가자는 6개월간 채용내정자 신분으로 삼성전자, 삼성SDS에서 소프트웨어 개발관련 교육을 받은 후, 수료 시 해당 기업에 입사하게 된다. 교육비는 삼성에서 전액 부담하며, 교육기간 중 식비·도서비(6개월간 1인당 총 1300만원)를 지원받게 된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부터 'The H' 전형을 운영 중이다. 인사담당자가 직접 대학교 등지에 방문해 입사대상자를 캐스팅하고, 3개월간 인성 중심 평가를 진행 후 최종합격이 결정된다. 인성 평가 과정에는 근교 여행, 봉사 활동, 식사 모임, 선배사원과의 만남 등이 포함되며 학교, 학점, 어학성적 등의 스펙은 평가항목에서 배제된다.

SK그룹은 2013년부터 '바이킹챌린지' 전형을 통해 탈스펙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지원할 때 자유형식의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하며, 지원서류에는 이름, 생년월일 등의 최소정보만 기입한다. 면접은 자기PR면접과 심층면접이 있으며, 2개월간의 인턴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할 시 SK계열사로 입사하게 된다.

LG그룹은 1995년부터 'LG글로벌챌린저'(대학생 해외 탐방 프로그램)를 운영하며, 우수 입상자에게 인턴 또는 정규직 입사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참가자는 자유 주제로 해외탐방을 다녀와서 보고서를 제출하고, PT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아울러 LG전자는 지난해부터 'LG코드챌린저'(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대회)를 개최해, 우수 입상자에게 신입공채 서류전형 면제 혜택도 부여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10년 상반기부터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해 우수 입상자에게 신입공채 서류전형 면제 또는 인턴십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올해 상반기부터 '스펙태클(Spec-tackle) 오디션'을 개최해,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서류심사 시 직무 에세이만으로 평가하며, 이후 프로그램 기획(홈쇼핑), 신성장동력 제안(백화점) 등의 미션수행과 PT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하반기부터 '채용로드쇼'를 개최하고 있다. 선배사원이나 인사임원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현장 면접을 진행하며, 이후 최종면접(사장단 면접)을 거쳐 입사하게 된다. 심사에서는 지원자의 인성 및 직무전문성을 주로 검증한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HMP'(한화 멤버십 프로그램)를 운영하며, 수료자에게 신입공채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서류와 면접을 통과하면, 6주간 국내외 사업장에서 연수를 받아야 한다. 연수기간 동안에는 그룹의 주요 사업과 연관된 주제로 디자인·마케팅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KT그룹은 2012년부터 '달인채용' 전형을 통해 분야별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다. 마케팅, SW개발, 영업관리 등의 직무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거나 우수한 역량을 지닌 사람을 스펙에 관련 없이 선발한다. 또한, 2013년부터 'KT스타오디션'을 개최해, 우수한 자기PR을 보여준 지원자에게 신입공채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년부터 '청년영웅단'을 선발해 신입공채 지원 시 서류전형과 1차 면접을 면제 해주고 있다. '청년영웅단'이 되려면 신세계그룹이 주최하는 지식향연(인문학콘서트)에 참가 후, 온라인 퀴즈 등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또 지난해부터 'S-Scout'(현장인재발굴 제도)를 시행, 현장근무자가 추천하는 사람 중 일부에게 신입공채 지원 시 서류전형과 1차 면접을 면제해주고 있다. 마니아, 파워블로거, 경진대회 수상자 등이 대상이며, 평가항목에서 지원자의 학교, 전공, 나이, 어학성적 등은 배제된다.

CJ그룹은 2013년부터 '뉴파트타임잡' 전형을 운영하며, 우수 파트타임 근무자에게 정규직 전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각 영업지점에서 3개월이상 근무한 파트타임 근무자는 해당 점장의 평가와 면접을 거쳐 전문인턴으로 승급될 수 있으며, 3∼6개월간의 인턴과정과 최종심사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전경련 이철행 고용복지팀장은 "최근 대기업 공채전형에서 탈스펙 채용이 확산되고 있으며 공채와 별도로 학교, 전공, 학점 등의 스펙을 보지 않고 지원자의 독창적 아이디어, 직무능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채용하는 스펙타파 채용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취준생들이 기업의 채용 변화에 맞춰 취업전략을 새롭게 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