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화장품 업계 2세 경영 활발

2015-12-11 11:03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중견 화장품 업체들의 2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창업주의 2030대 젊은 자녀들이 회사에 합류해 차근차근 기본기를 다진 뒤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중견기업 창업주들은 1990년대 밑바닥부터 시작해 산전수전을 다 겪은 뒤 25년 만에 지금의 자리에 올라 회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때문에 대기업처럼 전문경영인 체제보다는 회사의 성장과정을 함께 지켜본 자녀들이 직접 경영을 맡아주길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뷰티가 퀀텀점프(대도약)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등판한 '젊은 2세'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2세 경영자 가운데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은 윤상현(사진) 한국콜마홀딩스 대표다.

윤 대표는 화장품 ODM기업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의 장남으로 최근 건강식품사업을 담당하는 콜마비앤에이치 기업설명회에 등장하면서 차기 CEO로서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기획통으로 알려진 그는 화장품·제약·건강기능식품 등 굵직한 사업을 성공시켰다. 서울대학교와 미국 스탠퍼드대학 경영공학 석사를 졸업한 뒤 2006년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를 거쳐 2009년 한국콜마 상무로 입사했다.

입사 후 경영전략과 기획 분야에서 경영수업을 받다 2011년 기획관리부문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한국콜마홀딩스 대표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2세 경영의 깃발을 올렸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윤 대표는 미국에서 워낙 오래 공부했고, 컨설팅 회사 경험도 많아 의사결정과정에서 굉징히 합리적인 스타일"이라며 "온화한 성품인데다 직원들끼리 의견교류의 장도 많이 만드는 편"이라고 전했다.

코스맥스그룹 이경수 회장의 장남 이병만(38) 씨도 2005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코스맥스 대리로 입사했다. 화성공장 부공장장, 중국 태스크포스(TFT) 등을 거치면서 밑바닥부터 경험을 쌓은 뒤 현재는 코스맥스 차이나 마케팅 상무로 재직 중이다.

이 상무는 ODM 업체 최초로 코스맥스가 중국법인을 설립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맥스차이나 법인을 만들 때부터 실무를 담당한 회사 내 대표적인 '중국통'인 셈이다. 입사 후 중국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학위를 따는 등 현재 중국 사업의 실질적인 결정권자다.

토니모리 배해동 회장의 장녀 진형(25)씨도 최근 경영기획실 사원으로 입사했다. 진형씨는 뉴욕주립대 출신으로 다른 오너의 자녀들보다 비교적 나이가 어린 편이다. 하지만 바닥부터 체계적인 후계코스를 밟아가고 있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3년부터 갑질논란, 고위임원 사내비리 파문 등 악재를 겪으면서 부친의 힘든 모습을 지켜본 게 자녀 입사의 결정적인 계기 됐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회장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장녀 민정씨(25)는 현재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에서 일하고 있어 당분간 회사 합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정씨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4.68%를 보유한 2대 주주로, 2012년 서 회장으로부터 이니스프리(18.18%)와 에뛰드 지분(19.52%)도 증여받았다.

업계는 주식증여가 이뤄진 시점부터 두 계열사의 실적이 급등한 점을 비춰볼 때 그가 향후 이니스프리나 에뛰드하우스에서 경영 수업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