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式 '세대교체'는 이제 시작… 조직개편 마무리 '촉각'

2015-12-06 16:35

삼성 사옥 모습[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윤태구·한아람 기자 =재계 1위 삼성그룹이 최근 '2016년 정기 임원인사'를 마무리지으며, 내년 전체 사업과 조직을 이끌어갈 인물에 대한 큰 그림이 일단락됐다. 올들어 사실상 경영전면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하의 실질적인 첫 인사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결과만 놓고보면 이 부회장은 사장단 인사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핵심 경영진을 유임시키며 조직의 '안정'에 무게를 뒀고, 부사장 이하 임원에 대해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한 듯 승진폭을 '최소화'했다.

남은 것은 주요 계열사 조직개편과 보직인사지만, 이 역시 변화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그룹 전체 사업재편을 앞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세대교체는 비로소 시작됐다는 평가다. 특히 이 부회장이 역점을 두는 바이오 산업과 의료기기를 비롯해 주력사업인 전자부문을 중심으로한 조직강화, 실적부진 계열사 및 사업부문에 대한 과감한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줄어든 사람들… 조직 축소 잇따르나

올해 인사 특징 중 하나는 임원 승진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올해 인사에서 사장 승진자는 6명이었다. 3명에 불과했던 전년에 비하면 2배 늘었지만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큰 변화는 없다.

실제 삼성은 2011년 9명, 2012년 6명, 2013년 7명, 2014년 7명, 2015년 3명의 승진자를 냈었다.

하지만 부사장 이하 임원 승진자는 대폭 줄었다. 2011년 490명, 2012년 501명으로 늘어난 이후 2013년 485명, 2014년 476명, 2015년 353명으로 하강곡선을 그리다 올해는 294명으로 200명대로 떨어졌다. 특히나 이번 294명 승진은 2009년 247명 이후 7년만의 최소규모다.

임원 승진 폭은 줄은데 비해 올해 퇴직 통보를 받은 임원은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점이다.

삼성그룹은 퇴직 임원 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올해 퇴직 임원수가 적게는 300명 많게는 500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그룹내 임원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의 경우, 1200명 가운데 200명 이상이 퇴직 대상이라고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임원 승진폭보다 축소폭이 큰 만큼, 임원 자리가 줄어들어 삼성그룹 전체 조직에서 연쇄적인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조직 개편 마무리 수순은?

이 부회장은 이번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통해 내실있는 긴축경영 의지를 분명히 나타냈다. 이는 곧 있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에서도 그대로 적용, 몸집줄이기 및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보니 오는 10일께로 알려진 계열사별 조직개편을 앞두고 재계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조직 개편은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한 스마트카, 핀테크 등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바이오·의료산업 및 전자 부문의 역량 강화가 중점이 될 전망이다.

삼성내 바이오산업의 선봉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계열사로부터 인력을 흡수, 조직기반을 단단히 꾸리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고한승 사장을 선임하며 새로운 틀을 짠데 이어, 직접 개발한 첫번째 바이오 의약품을 시장에 선보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안팎으로 내는 상황이다.

삼성SDS 대표였던 전동수 사장이 수장을 맡게 된 의료기기사업부도 조직 강화는 물론 향후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 육성이 예견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DS·CE·IM 3대 부문 체제를 유지하며 일부 사업부의 흡수·통합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관심사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을 누가 맡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은 윤부근 CE부문 사장이 겸직했다. 하지만 세대교체 차원에서 수장을 교체, 새롭게 부문을 이끌어야 한다. 또 고동진 사장이 사업부장으로 승진하며 공석이 된 무선사업부 개발실장 자리를 누가 맡을지도 관심사다.

사실상 지주사로 떠오른 삼성물산도 어떻게 조직개편을 마무리할지 궁금한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사장단 인사를 통해 윤주화 패션부문 사장이 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옮기며, 기존 4인 대표체제에서 3인 대표체제로 바뀌었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은 겸직하던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 역할을 맡지 않고, 패션부문장 역할에 전념하기로 했다.

사업부문간 통합 가능성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통합 삼성물산 개편안으로 기존 4대 부문 중 패션과 상사부문을 글로벌 네트워크 시너지 차원에서 합치고, 건설부문과 리조트·건설부문을 결합하는 형태로 재구축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규모 적자경영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은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 경영진은 유임됐지만,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의 일환으로 조직 슬림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삼성그룹은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는 신규 임원을 포함한 글로벌 임원이 참여한 가운데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내년 경영전략 수립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