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공정위 절차 개선 위해 'ACP' 도입 제안

2015-12-04 06:00

[자료 = 전경련 제공]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10월 21일 절차적 투명성을 강화하고 조사과정에서 변호사 참여권을 보장하는 내용 등을 담은 '사건처리 3.0'을 발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사건처리 3.0'을 통한 공정위의 조사 관행 개선 노력에 환영의 뜻을 전하면서도, 기업의 절차적 기본권을 보호하기에 미흡한 측면이 있다면서 공정위 절차에 '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 제도'(Attorney-Client Privilege‧이하 ACP)를 도입하자고 4일 제안했다.

ACP란 재판과정이나 수사과정에서 변호사와 의뢰인 간 각종 의사 교환 내용(문서, 메시지, 이메일 등)의 비밀을 보장(압수·수색·증언 등 거부)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변호사로부터 조력을 받을 의뢰인의 권리가 단순한 선언적 규정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하는데 의의가 있다.

미국·EU 등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제도를 소송뿐만 아니라 공정위 절차에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우리 헌법에도 기본권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규정(헌법 제12조 4항)되어 있으며 형사소송법에는 변호사의 압수·증언거부권이 명문화 되어 있는 등 소송절차에는 ACP가 상당부분 제도화돼 있다. 하지만, 우리의 ACP는 해외 선진국과는 달리 소송제도에만 한정되어 있어 공정위의 조사·처벌 과정에서는 기업의 방어권 보장에 한계가 있다.

전경련은 이 제도가 소송절차뿐만 아니라 공정위 절차에까지 적용 되어야 하는 이유는 공정위가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지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행정기관의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을 법원이 담당하는 것과는 달리 공정위 처분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1심의 역할을 담당해 스스로 내린 처분의 정당성을 법원과 같은 자격으로 심판한다. 다시 말해 공정위는 사실상 법원과 검찰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그에 상응하는 적법절차 원칙의 적용을 받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조사 및 심의 절차는 형사소송법의 엄격한 피의자 보호절차는 물론 행정조사기본법 및 행정절차법의 적용대상에서조차 제외돼 있어 기업들의 방어권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상황이다.

전경련은 ACP 도입을 통해 기업의 기본권 보호와 함께 준법경영 확대 등 공익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절차적 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정위 조사과정에서의 변호사 참여권 보장, 기업과 변호사 간 이뤄진 의사교환에 대한 비밀보호가 필요하다. 

기업이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와 자유롭고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한다면, 기업의 권익 보장뿐만 아니라 사전적으로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억제하는 공익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경련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이번에 공정위가 '사건처리 3.0'을 통해 변호사 참여권을 보장하겠다고 한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여기에 ACP를 함께 규정해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라면서 "향후에 이 제도를 공정위 절차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 등 행정조사 전반에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