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선제적 대응하라] 수출기업 옥죄는 '비관세장벽·준조세' 부담 해소되야

2015-12-04 13:54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정부는 한중 FTA의 국회 통과로 연내 발효에 따른 관세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발효 즉시 일부 품목은 관세가 철폐되고, 내년 1월1일이 되면 관세가 추가로 내려가는 혜택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세외 무역 장벽을 일컫는 '비관세 장벽'은 여전히 수출 기업의 발목을 잡는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중 FTA로 피해가 우려되는 농어민들을 보전하기 위한 '농어촌 상생기금'도 기업을 옥죄는 준조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높다.

중소·중견기업들의 한중 FTA 활용률을 높이고,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산업구조조정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한중 FTA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 같은 과제들을 조속히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TBT 등 보이지 않는 '비관세장벽' 門 굳건...중기 수출 활로 모색해야

비관세장벽은 해당 국가의 각종 규제와 제도, 법률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파악이 쉽지 않고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최근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관세장벽은 점점 낮아지는 반면, 기술규제(TBT), 위생ㆍ검역(SPS) 등 비관세장벽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세계 각국이 FTA를 추진하는 동시에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통관이나 위생검역, 인증 등 비관세장벽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지방 정부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비관세장벽이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정부가 운영하는 비관세장벽협의회 포털에 정리된 비관세장벽 현황을 보면 전체 49개 중 중국 비관세장벽이 27개로 가장 많다.

중국은 동식물 보호,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HS 8단위 기준 144개 품목을 수입금지 품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특히 식품 분야는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와 국민 건강을 이유로 엄격한 규격과 인증 제도, 검역 등을 적용하고 있어 수출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비관세장벽 대부분은 승인절차가 복잡하고, 국가별로 기준도 제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대기업에 비해 전문인력과 자본력,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어려움에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10월말 기준 WTO의 TBT 통보문 253건 중 152건이 중소기업에 속해 있을 정도로 이들의 해외기술규제에 대한 분석 대응은 취약한 실정이다. TBT는 무역당사국 간에 서로 다른 기술규정, 표준, 적합성, 평가절차 등을 적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술규제다.

또 중국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중국강제인증제도(CCC)에도 수출 기업들이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이다. 중국강제인증제도는 중국내에서 유통되거나 중국으로 수입되는 제품 중 CCC 대상 품목은 반드시 CCC 마크를 부착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제품은 판매 및 수입이 금지된다.

대중국 경쟁력 확보전략에도 중소기업 대다수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제조업체 500곳을 조사한 결과 업체의 17%는 한중 FTA 발효에 따른 대비책이 아직 없다고 응답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한중 FTA가 수출 문턱을 낮추는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비관세장벽 극복이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중소기업의 수출 진흥을 위해 애로사항을 처리해 주고, 비관세장벽의 완화를 통해 자유로운 경쟁의 룰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 무늬만 '상생 기금'...수출기업 발목잡는 '준조세' 해소되야 

전문가들은 한중 FTA의 무분별한 준조세 등으로 기업들 수출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기업들의 대중 수출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의욕을 꺾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여야정 협의체가 합의한 '농어촌 상생기금'을 들 수 있다. 이는 졸속 합의라는 지적과 동시에 농업 피해를 반영하지 못한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한중 FTA 발효로 피해를 입게 될 농어업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1조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기업에서 기부금을 받아 10년 간 1000억원씩 1조원의 상생협력기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기금 운영은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서 관리, 운용하면서 농·어업과의 상생협력과 지원사업을 수행토록 했으며, 재단 내에는 농·어업인 등 관계자와 전문가를 영입해 별도 본부를 만들기로 했다. 기금은 독립회계로 운영된다.

이는 당초 FTA로 이득을 본 기업에서 일정 부분을 환수해 피해를 보는 쪽에 지원하자는 '무역이득공유제'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기업들은 부담을 안기는 '준조세'에 불과하다고 지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정부는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할 수 있도록 7%의 세액공제, 기부금 손금산입, 동반성장지수 가점 부여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목표 금액에 모자란 부분은 정부가 충당하기로 합의문에 명시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사실상 목표치를 제시하면서 강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가 해당 재원 조성에 관한 내용에 대해 사전에 공지하고 합의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금을 내야 할 대상자가 명확하지 않고, 상생기금의 법적 문제점도 제기됐다.

기금이라는 자체가 자발적이라는 명분으로 법적 근거 없이 반강제적으로 기금이 형성된다면 법치주의에 반한다는 측면에서다. 가령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고 해도 FTA가 국가 간 협정이라는 점에서 기업의 수출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처럼 준조세 성격의 기부금을 강제하는 것은 결국 기업들의 발목잡기에 불과하다고 경고한다. 특히 준조세 부담이 기존의 수도권 규제·인허가 등과 얽혀 기업 투자를 더욱 억누를 것이라고 덧붙인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기금을 조성하라고 정부가 강조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근거와 취지에 맞는 투명한 피해 보전 대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한중 FTA 발효에 대비해 수출 중소기업에 FTA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2단계 특별지원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정부는 FTA 컨설팅에 대한 기업비용 부담 비율을 낮추고, 협정 발효 후 3개월간 '한-중 FTA 통관 특별 지원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원산지 규정·절차 등 협정 이행과정의 긴급한 현안 해소를 위해 한·중 간 세관협력회의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원산지 검증 표준절차 등 한·중 FTA 협정문 중 이행과정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항을 발굴해 FTA 발효 전 이행지침에 반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TBT 협정문에 대한 법률적 분석, 분야별 영향연구 결과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현재 협상중인 한중일 FTA 등의 TBT 협상전략을 논의하고, 최근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포함된 TBT 챕터에 대한 의견도 교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