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빛 인터넷은행? ICT 업계 “규제 완화 및 대등 협력 없으면 들러리 전락”

2015-11-30 15:32

[KT/카카오]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케이뱅크(KT)와 한국카카오뱅크(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통과하면서 ICT발 금융 혁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관련 규제 완화의 길이 요원하고 ICT만의 장점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아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30일,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가한 ICT 기업들이 해당 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에 가장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규제 개혁과 금융권과의 ‘대등한’ 협력이 없다면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규제다.

현행 금산분리법 상 산업자본(ICT기업)은 인터넷은행 지분의 4%, 금융위 승인을 받더라도 10%(비의결권 지분 포함)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실제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는 KT와 카카오가 아닌 우리은행(10%) 등과 한국투자금융지주(50%)다. 지분상 ICT 기업은 컨소시엄 구성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향후 규제 완화(최대 50% 보유)시 KT와 카카오가 최대 주주에 오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지만 야권의 반대를 감안하면 장담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특히 금융권의 주도적인 규제 개혁 움직임이 미미하다는 점이 ICT업계의 불만이다. 혁신의 계기를 ICT에서 찾으면서도 정작 이를 위한 사전 작업에는 관심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성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규제의 틀 안에서 준비된 인터넷은행인 만큼 일단 시작 자체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면서도 “규제 완화와 금융권과의 조화로운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중금리대출’ 상품에 집중된 인터넷은행의 주력 상품 역시 ICT 기업들의 장점과는 거리가 멀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 10%대의 중금리 대출상품의 경우, 신용등급 7등급 이상의 시중은행 대출(6~10%)과 8등급 이하 저축은행 대출(20%) 사이에서 완충제 역할을 해 서민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빅데이터’와 ‘모바일’이라는 KT와 카카오의 사업적 강점과 부합된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ICT 기업 관계자는 “이른바 ‘핀테크’ 측면에서 볼 때 현 인터넷은행은 ‘ICT’보다는 ‘금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간편결제, 간편송금, 모바일결제, 맞춤형상품, P2P 대출 등 ICT만의 장점을 살린 금융 서비스가 (중금리대출에 밀려)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점은 크게 아쉽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터넷은행이 ICT에 기반한 금융 ‘혁신’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는 물론, 금융과 ICT가 대등하게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