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반복되는 리콜, 왜?

2015-11-30 17:29

​롯데제과가 최근 리콜하고 있는 화이트 쿠키 빼빼로와
가나 초코바 아몬드 제품.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식품업계가 제품 불량으로 리콜을 반복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지 못하는 이유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롯데제과는 최근 화이트 쿠키 빼빼로와 가나 초코바 아몬드에서 악취가 난다는 신고가 잇따르자 해당 제품을 회수하고 있다.

회수 대상 제품은 6~10월 생산한 화이트 쿠키 빼빼로 29만 상자, 약 67억원 물량 규모다. 이 중 이미 5만 상자가 팔렸으며, 구입해 제품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반품·환불 조치를 해주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빼빼로데이 물량이 폭증해 맞추려다보니 종이 포장지가 완벽하게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일찍 출고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잉크 냄새가 제품에 스며들면서 악취의 원인이 됐지만, 유해물질은 유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롯데제과는 이와 함께 10월30일 생산한 가나 초코바 아몬드 500상자(1500만원 물량)도 회수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이 제품에서는 생산 설비를 살균한 뒤 충분히 헹구지 않아 식용 락스 성분이 검출됐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빼빼로나 초코바 모두 냄새 때문에 리콜에 들어갔으나 조사 결과 인체에 해로운 성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데이마케팅을 급급하게 준비한 병폐"라고 입을 모았다. 

평상시에는 품질관리를 잘 하다가도 빼빼로데이 등 성수기에는 생산일정에 쫓기다 보니까 과자를 담는 케이스 등 부자재 등의 검사가 소홀해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 지적이다. 

A업계 관계자는 "포장재, 원부자재, 재료 등의 검수는 기본적인 품질관리 사안인데 이런 사태가 벌어져 안타깝다"며 "이번 사태로 평상시 검수를 제대로 하고 있는 다른 업체까지 피해를 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롯데제과의 늑장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소비자 신고를 처음 접수받은 지난달 21일 이후 빼빼로데이인 이달 11일까지 20여건의 신고가 잇따랐지만 12일에야 문제 제품 회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식품업체들은 안전사고가 터질 때마다 근본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기보다는 쉬쉬하며 은폐·축소하는 경우가 많다.

B업계 관계자는 "식품 안전성 문제는 나중에 제조상 과실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아도 일단 외부에 공개되면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마련이어서 업체 입장에선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식품 전문가는 "이같은 잘못된 관행이 오히려 안전사고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며 "먹거리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안전성과 관련된 문제 발생 시 소비자에게 신속히 알리고 대응 방안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에 대한 처벌이 약하고, 소비자에 대한 피해 보상이 미흡하기 때문에 리콜이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피해자 보상에 대해 식약처 법으로 제정된 부분은 없으며, 한국소비자원의 분쟁 해결로 명시되어 있는 부분은 단지 환불과 제품교환 뿐이다. 제품을 섭취해서 식중독에 걸렸거나 상해를 입은 부분을 제외하고, 정신적인 부분에서의 보상은 어렵다는 것이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피해자 보상 역시 개선되면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리콜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소비자 접촉을 엄격하게 하는 방증이고, 더 안전하게 식품을 이용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C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쉬쉬하고 식약처도 리콜을 서로 안하면 고객들은 식품에 문제가 있어도 모를 수 밖에 없다"며 "역으로 생각해 보면 업체가 품질검사를 강화해 리콜을 하게 되면 소비자는 피해를 규제받고 다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어  더 안심하고 식품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