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No.1 코리아]“바다 위 떠다니는 선박 10척중 3척은 한국산”
2015-11-17 06:00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974년 2월15일 오전 1시,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드라이도크. 그리스 선주 리바노스로부터 수주한 26만t급 초대형유조선(VLCC) 1호선의 진수식이 시작됐다.
당시 한국은 그렇게 큰 배를 국내에서 건조해 본 경험도 없고, 26만t급 대형선박을 운전할 수 있는 선장도 없었다. 특히 그렇게 큰 배가 우리나라 해안에 닿아본 적이 없었다. 1호선을 도크에서 바다로 끌어내는 한번의 작업을 위해 외국에서 선장을 초빙했다. 그런데 초빙해온 선장이 엔진을 시동하기 전에 배를 옮기면 위험하다고 작업을 거부했다. 큰 배가 빠져나가기에는 도크의 폭과 방파제 입구가 좁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당시)은 이날 전 사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수식을 강행했다. 길이 345m, 폭 52m, 높이 27m의 거대한 선박은 배기보다 절벽에 가까웠다. 도크 문이 열리고 물이 가득 차자 커다란 배가 떠올랐다. 이어 선박을 도크에서 끌어내 안벽에 붙여야 할 대공사가 남았다.
불도저만으로 견제가 되지 않아, 정 회장 이하 전 간부 및 구경하던 사람들이 로프를 잡고 힘으로 이동을 시켰다. 조선을 경험산업이라고 했는데 무경험에서 오는 대가를 치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결과는 수시간만에 사고없이 정해진 위치로 이동해 1호선 진수가 완료됐다.
그해 6월 28일 박정희 대통령 부부와 선주 리바노스, 정 회장 내외를 비롯한 내빈과 회사 전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호선 ‘애틀랜틱 배런호’와 2호선 ‘애틀랜틱 배러니스호’의 명명식이 치러졌다. 애틀랜틱 배런호는 11월 28일 선주에게 인도됐다.
◆1983년 세계 1위 등극 후 32년째 독주, 세계 유일 2000척 건조
현대중공업이 설립된지 10년이 되는 1983년 건조량 기준으로, 회사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이후 2002년 3월 세계 최초로 단일 조선사 기준 선박 인도 1000척의 기록을 세운데 이어 2012년 3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선박 인도 1억GT(총톤수)을 달성했다. 올해 3월에는 2000척 인도를 돌파했다. 선박 2000척을 t수로 환산하면 1억2600만GT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건조한 선박 총 톤수(6370만GT, 1840척)의 약 2배에 이른다. 이 기록은 한국보다 훨씬 오랜 100여년의 조선 역사를 지닌 유럽과 일본의 조선업체도 달성하지 못한 전인미답의 기록이다.
현대중공업은 1983년 이후 32년째 전 세계 조선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역시 글로벌 조선산업 및 독과점 분야를 제외한 한국 제조업 역사를 살펴봤을 때 단일 기업이 세계 1위를 기록한 최장 기록이기도 하다. 이들 모든 기들이 현대중공업이 문을 닫지 않는 이상 웬만한 조선사들은 깨기 힘든 역사로 남을 전망이다.
단순히 건조 능력만 1위를 차지한 것이 아니라 엔진과 기자재, 부분품 등 선박 건조의 전 분야에서 100%에 가까운 국산화를 이뤄냈다. 기술직과 기능공 등 모든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에 조선산업의 경우 전 세계 조선학도들도 한국을 찾아와 배워갈 만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일본의 비난 전망 모두 뒤집어
지금은 바다에 떠다니는 선박 10척중 3척은 한국이 건조한 것이라는 말이 당연하다 싶을 정도가 됐다.
그런데 1970년대 현대중공업이 처음 선박을 지을 당시 조선산업을 주도했던 일본은 현대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세가지 예언을 했다. 첫째는 현대건설이 건설을 많이 했다고는 하나 현대그룹의 조선소 건설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 둘째 현대가 조선소를 짓기는 했으나 배를 짓는 것은 그다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 셋째 선체를 만들었다고는 하나 선박의장은 쉽지 않을 것 등이었다.
하지만 현대는 모든 것을 해냈다. 현대중공업에 이어 조업을 개시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글로벌 조선 빅3’가 앞에서 끌고, 한진중공업과 성동조선해양 등 전통과 경쟁력을 갖춘 중형 조선소들이 뒤를 받쳐주며 한국을 최고의 조선강국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