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경제특구 지원이 北 경제개발 이끌 것

2015-11-13 10:02
KIEP, ‘북한 경제개발 지원과 해외 통일재원 조달방안’ 세미나 개최

아주경제 박흥서 기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북한 경제개발 지원과 해외 통일재원 조달방안’을 주제로 1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이일형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이산가족 상봉 이후 국내외에서 통일 논의가 더욱 확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제사회와의 협력에 기반한 통일정책 마련이 긴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어서 황부기 통일부 차관, KIEP 출신의 저명한 통일전문가인 조명철(새누리당) 및 홍익표(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의 축사가 있었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 10월 28일 주변 4강의 연구진들이 ‘북한 경제개발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을 논의한 국제세미나의 후속작업으로, 국내 연구진이 6개월 이상 수행한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장이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세 명의 저명한 학자가 각각 북한의 금융개혁, 북한 경제특구·개발구 지원, 그리고 통일과정에서의 해외재원조달 방안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영찬 초청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에서는 금융이 실물경제를 지원하지 못함에 따라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이 심화되고 사금융이 확산되고 있다며, 금융시스템을 조속히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의 금융개혁 사례에 비추어볼 때 현 단일은행 시스템(mono-bank system)을 이원적 시스템(two-tier system)으로 전환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하였다.

중국과 베트남은 각기 1983년과 1987년 중앙은행에서 상업은행 기능을 분리함으로써 단일은행 시스템에서 이원적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개혁을 단행하였다.

그런데 두 나라 모두 개혁 초기에는 인플레이션과 환율급등 등 부작용이 심각하였다.

또한 국영기업에 저리 또는 역금리로 대출을 실시한 결과 대규모 부실채권이 발생하였고, 증권거래소 개장 초기년도에 주가가 급등락하기도 하였다. 김 연구위원은 위의 현상들이 북한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였다.

북한에서 이원적 금융제도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도금융권의 외화자금 및 돈주(錢主) 흡수 △조선중앙은행과 조선무역은행 기능의 활성화 △민간의 은행저축 유인 제공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 형성 및 대출 건전성 유지 등이 필요하며,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은 단계적으로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위와 같은 여건을 조성하려면 예금인출 보장, 금융기관 접근성 강화 등의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고 금융감독 제도를 구축할 것을 제안하였다.

두 번째 발표자인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문수 교수는 북한 경제특구·개발구 지원을 통해 남북경협의 새로운 장을 개척할 수 있다며, 남북한 직접협력과 함께 남·북·중 3국 간 공동사업 추진체계를 가동할 것을 제안하였다.

중국 및 동남아 개도국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 북한의 특구개발 역시 국제 공동개발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공동개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북한 공무원, 경영·기술인력, 생산인력에 대한 지식전수 프로그램 가동 △북한산 상품에 대한 무역특혜 제공 △북한 특구의 수출인프라 개발을 위한 개발협력 등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다수의 특구를 동시 개발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북한 특구에는 노동집약형 산업이 진출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노동력 공급여건 및 제도 완비가 중요하다고 평가하였다.

또 양 교수는 특구 유형에 따라 차별화된 남북협력 방안을 제시하였다
 ① 개성공단은 점차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민간자본의 역할을 늘려 남북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모델로 전환한다. ②신의주 특구는 남·북·중만이 아니라 일본 등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국제 자유경제지대로 개발한다. ③농업 개발구 개발은 지자체 및 NGO가 주도한다. ④북중 접경지역 특구는 남·북·중 3각 협력방식으로 개발한다. ⑤제조업 개발구는 북측 기관과 남측 민간기업간 합영회사를 설립하여 개발·운영한다. ⑥기술중심 개발구는 남측 지자체 주도로 테크노 파크를 건설하는 ‘테크노 파크형 협력방식’을 취한다. ⑦관광특구는 남북한 정부간 협력을 통해 원산-금강산-속초-설악산 관광벨트의 인프라 및 컨텐츠를 공동 개발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보았다.

마지막 발표자인 한양대 장형수 교수는 북한 경제재건 비용은 해외재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1)통일 이전 (2) 통일임박 시기 (3) 통일 후 5년 등 통일과정의 각 시기 별 해외 통일재원 조달방안 및 국내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제시하였다.

먼저 통일 이전 시기 해외 통일재원 조달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지원 △‘북한개발지원그룹’ 설립 △양자간 개발금융기관(DFI)을 통한 민관협력 활용 등을 제안하였다.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없이는 본격적인 해외 통일재원 조달이 어려우므로, 북핵 문제가 해결단계에 들어서는 즉시 가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제금융기구를 통한 지원 규모는 연간 2~4억 달러에 불과하므로, ‘북한개발지원그룹’을 설립하여 주요 원조국의 공적개발원조(ODA)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양자간 개발금융기관(DFI)을 통하여 북한 진출 기업에 융자·보증·지분투자 등을 지원하는 민관협력 방식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하였다.

통일 임박 시기 및 통일 초기에는 외환보유액 확충을 통한 금융시장 안정과 우리나라 민간금융기관의 국제경쟁력 강화가 해외 통일재원 조달의 관건이라고 강조하였다.

특히 역내 금융안전망과 양자간 통화스왑 등 ‘제2선 외환보유액’도 확충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또한 북한과 무역거래가 있는 국가들과 양자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확대하여 그 자금 중 일부를 북한의 무역결제자금으로 활용하는 것도 외환보유액 확충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민간금융기관이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의 각종 개발사업에 참여하여 인프라 금융기법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번 세미나에는 정부·학계·연구기관·기업·금융기관 관계자, 주한 외교사절, 국내외 언론인 등 150여명이 세미나장을 가득 메워 남북한 통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