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No.1 코리아]‘스트레스산업’ 반도체, 한국인 정서에 딱 맞아
2015-11-16 06:00
아주경제 채명석·한아람 기자 = 반도체 산업은 네가지 특성이 있다.
우선 반도체는 타이밍 산업이다. 같은 반도체가 나중에 개발되면 가격이 급격히 떨어진다. 먼저 개발해 60달러를 받을 수 있다면, 1년 후 개발할 경우 1달러 50센트밖에 못 받는다. 특히 기술혁신이 계속 일어난다. 인텔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발표한 ‘무어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1년 6개월마다 반도체 집적도는 배로 늘어나고, 가격은 30%씩 떨어진다는 원리를 말한다.
반도체 제조에 중요한 회로선폭의 경우 절반으로 줄어들면 같은 크기의 집적도는 네배로 늘어난다. 그러나 기존 생산설비는 사용할 수 없어 3년이면 감가상각이 끝난다.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밖에 첨단기술이 집약된 산업이다. 전기전자는 물론 물리·화학·재료·컴퓨터·수학·금속·기계 등의 기술이 모두 필요한 산업이 반도체다.
마지막으로 고청정산업이다. 머리카락 굵기는 100마이크론(µ)이다. 현재 알려진 나노는 마이크론의 1000분의 1이다. 따라서 현재 회로선폭이 0.1마이크론, 즉 100나노라면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굵기에 불과하다.
따라서 D램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를 ‘스트레스산업’이라고 부른다. 잠시라도 틈을 보이거나 여유를 부렸다간 언제라도 패망의 길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절치부심하던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경영진이 일에만 몰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혼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을 정도로 반도체산업은 엄청난 정력을 요구한다.
이런 특성을 지닌 반도체 산업을 한국이 재패할 수 있었던 배경은 스트레스산업인 반도체가 한국인의 정서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반도체는 섬세한 기술인데 이것이 우리의 정서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다뉴세문경에 새겨진 빗살무늬를 비롯해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마치 한사람이 쓴 것처럼 뛰어난 손재주를 보여준다"며 "여기에 엄청난 교육열은 고등교육을 받은 우수한 엔지니어를 대거 양산해 이들이 생산과 연구개발 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