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차이 코리아]中 진출 한국기업의 ‘명과 암’
2015-11-16 06:00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손수건 한 장씩만 팔아도 13억개를 팔 수 있다.’ 흔히 중국의 내수시장을 두고 건네는 농담이다. 그만큼 중국의 성장 가능성은 높게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그 어느나라보다 투자하기 힘든 국가가 돼 버렸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에 나선 것은 1992년 한중(韓中) 수교 이후부터다. 당시 블루오션(Blue Ocean)이었던 중국시장에 문화적 동질감과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워온 우리나라 기업의 성공사례가 속속 들려오면서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중국은 더 이상 대박의 꿈을 이뤄주는 램프의 지니가 아니었다. 글로벌 다국적기업들이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으며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쌓아온 중국기업의 추격으로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사례가 더 많은 ‘레드오션(Red Ocean)’이 됐다는데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중국시장은 더 이상 싸구려가 아닌 세계일류만이 살아남는 시장이 된지 오래다.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시장을 점령한 기업은 코카콜라가 대표적이다. 중국에 진출한 최초의 다국적 기업인 코카콜라는 중국 청량음료시장 점유율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는 일류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부각 외에도 중화권 연예계 스타들을 광고모델로 섭외해 젊은층을 겨냥한 마케팅이 성공을 거둔 덕택이다. 아울러 중국 전역에 희망소학교를 건립하고, 빈곤지역에 도서실을 만드는 등 사회공익활동에 참여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끌어 올리면서 까다로운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열게 했다.
우리나라 기업도 중국시장에 다수 진출하며 성공소식을 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리온과 이랜드 등이다. 특히 오리온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우리나라 기업인지 모르는 이들이 많을 정도다. 초코파이의 이름도 ‘오리온 초코파이’가 아닌 오리온과 발음이 비슷하고 좋은 친구라는 뜻인 ‘하오리여우(好麗友)’로 판매된다. 포장지 색깔도 파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바꾼 점도 현지화 전략의 일환이다.
이랜드 역시 중국에서의 성공을 철저한 현지화와 길게 내다보고 기본에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중국 주재원 개념을 버리고 중국 현지에서 뿌리를 내리고 근무토록 하는 점도 철저한 현지화 전략의 일환 중 하나다.
또 삼성과 LG, SK 등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중국에 진출한 1990년 초부터 현지화 경영을 적극 추진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게 됐다. 특히 LG전자는 생산·마케팅·인재·연구개발 등을 중국 현지인이 담당하는 '4대 현지화 전략'을 통해 중국인들로부터 가장 친근감을 느끼는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들 대기업은 현지화 전략과 더불어 사회공익활동에 적극 참여해 중국인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베이징현대차는 중국 도로환경에 맞는 현지형 모델을 개발하고, 베이징 궈안(北京国安) 프로축구팀을 공식 후원하는 등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면서 설립 6년만에 100만대 판매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달성했다.
◆중국에서 망하는 회사는 다 이유가 있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은 중국에서 실패한 기업의 사례를 통해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 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사례로 △중국인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 △중국의 독특한 기후 환경을 간과한 경우 △업계의 치열한 경쟁구조를 간파하지 못한 경우 △중국 콴시 문화를 오해해 문제 해결이 지연된 경우 등을 꼽았다.
특히 중국인의 체형을 고려하지 못한 의류제품 판매로 실패한 사례, 또 북부지방과 남부 지방의 극명한 기온차를 고려하지 못한 포장재 사용으로 변질된 제품을 상당수 폐기한 사례,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부재로 인한 영업실패 사례, 식사 몇 번으로 콴시가 맺어졌을 것으로 여긴 기업의 사례 등이 그것이다.
런요파 하이닝 중국피혁성 대표이사도 지난 2012년 서울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기업의 중국 실패사례로 △상호간 사업 컨셉트의 불명확 △사업규모, 타깃 그룹, MD 불명확 △과학적이고 타당성 잇는 기획 부재 △분야별 전문가 부재 △심도있는 분석, 수익모델 다양화 부족 등 다섯가지 원인을 설명했다
런요파 사장은 한국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독 진출이 아닌 컨소시엄을 통한 시너지 강화 △적합한 파트너 선택 △철저한 현지화 전략 △적합한 진출방법 선택 △중국 유통사업계와 협력방안 모색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