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 선정 'D-2', 떠도는 루머와 남발하는 공약…특허 선정 후 '후폭풍' 우려

2015-11-12 08:05
내정설에 정부 개입설 등 무성…툭하면 수천억 '상생 예산 경쟁'도 눈총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을 찾은 내·외국인들이 화장품 매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출사표를 던진 4개 기업들은 자사를 둘러싼 각종 루머와 이에 대한 해명으로 진땀을 빼고 있다. 하지만 묻지마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업체들도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때문에 오는 14일 사업자가 확정되더라도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서울과 부산 시내면세점 특허 사업자 선정에는 지난 1차 때 탈락한 롯데그룹(호텔롯데)을 비롯해 신세계그룹(신세계디에프), SK그룹(SK네트웍스), 두산그룹(두산) 등 대기업 4곳이 팽팽하게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참여 업체들은 모기업의 계열사 법인이지만 해당 그룹 간 자존심 경쟁으로 번지면서 총수까지 직접 나서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내년에 신규 면세점 특허가 추가로 1개 더 나올 것이란 예측도 있다. 하지만 정상적이라면 이번에 고배를 마실 경우 5년 후를 기약해야 한다.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자 세간에 떠도는 루머들도 원색적이고 자극적이다. 

이번 쟁탈전에서 타 업체들의 집중 견제를 받으며 2곳을 수성해야 하는 롯데는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으로 내부가 시끄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오랜 면세점 경력으로 인한 '대관 능력'을 따라올 곳이 없는 만큼 기존점 모두 재선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와 관련해서는 공평한 사업권 분배 차원에서 한 곳은 특허를 내줄 것이라는 루머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면세 사업권을 받은 신라호텔과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인 DHC신라면세점의 견제설도 떠돌고 있다. 

SK는 최태원 회장 특별사면 이후 별다른 국민적 반발이 없는데다, 통 큰 투자 등으로 정부에 보답하고 있어 또 다시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운영하던 워커힐 수성에 만족해야 한다는 루머도 돌고 있다.

두산은 박용만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임하고, 대통령의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서도 빠짐없이 참석하며 경제외교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낙관적인 루머가 돌고 있다. 특히 정권 실세로부터 확답까지 받았다는 얘기와 함께 상공회의소가 회원사에 두산을 지지해달라는 연판장을 돌렸다는 소문도 돌았다. 

해당 업체들은 이 같은 루머들에 대해 '지라시(찌라시)'라며 일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해당 소문의 진원지 파악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업체들이 서로 간에 직·간접적으로 묵인하에 생산해 낸 소문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기업체들로부터 사업 용역을 의뢰받은 로펌들이 흘린 '설'이라는 주장도 있다.

◆ 루머보다 위험한 공약 남발…면세 기업 경쟁력 악화 우려

하지만 전문가들은 루머보다 '묻지마 공약'이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4개 업체들은 이번 심사에서 15%나 차지하는 '기업이익 사회환원 및 상생 노력(150점)'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250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중소기업이나 지역상권 개발 등 이른바 '상생 예산'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면세점 기대 수익을 감안했을 때 양사가 제시한 상생 예산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초기 투자가 많아 수익률이 높을 수 없는 신규 면세점의 특성을 반영하면 이익의 대부분을 상생에 쏟아야 한다는 말인데, 이는 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오너 경영자들의 사재 출연 약속도 특허 심사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가장 경쟁력 있는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 심사 과정이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서다.

이런 오너들의 선행 경쟁이 평상시에 진행됐다면 칭찬 릴레이로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면세점 사업자 결정을 앞두고 나온 터라 국민들의 시각도 곱지 않다.  

업계 전문가는 "경쟁이 과열되면서 루머가 난무하고 보여주기식 공약이나 지키지 못할 약속이 이어지고 있어 업계의 근심이 크다"며 "지금이라도 허황된 공약 경쟁을 멈추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각사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