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25년만의 자유총선 투표…50년 군부독재 끝날까
2015-11-08 17:24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미얀마에서 8일(현지시간) 25년 만에 처음으로 총선 투표가 치러졌다. 이날 유권자 약 3500만 여명은 미얀마 전역에 설치된 4만500여 개의 투표소에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지난 1965년부터 50년간 군사 정권의 통치를 받았던 만큼 이번 총선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아웅산 인기' 바탕으로 민주화 이룰까
이번 선거에는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참여한다. 1990년 당시 NLD는 492석 중 392석을 얻어 압승을 거뒀으나 군부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2010년 다시 총선을 치를 때는 수치 여사의 출마가 불허됐고, NLD는 부정·관권 선거를 이유로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투표권을 둘러싸고 잡음이 많았다. 주류 주민인 불교도들의 이슬람교도 증오 선동이 잇따르면서 일부 이슬람교도들의 선거권이 제한되면서 혼란이 일어났다. 대규모 홍수와 선거 준비 미흡으로 인해 투표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전체 인구 5100만 명 가운데 40%가 소수민족인 만큼 정당 수가 많아진 가운데 이슬람교도 후보 중 100여 명이 입후보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다. 경찰은 선거 전후에 발생할 수 있는 폭력 사태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이달 초 2주일 동안 특수 경계 태세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선거는 당초 하원 의원 330명과 상원 의원 168명 등 상하원 의원 498명, 주 및 지역 의회 의원 644명, 민족대표 29명 등 1171명을 뽑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7개 선거구에서 투표가 취소돼 상하원의 경우 의원 491명을 뽑는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는 사람은 임기 5년 동안 상·하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투표 결과는 9~10일 1차 발표에 이어 11월 중순께 최종 공표될 예정이다.
◆ 50년만에 군부독재 종식할지 관심사
이번 선거에서는 일단 NLD가 군부를 대표하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에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실제로 집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NLD가 다른 정당의 도움없이 단독으로 집권하려면 상하원 의석수 657석 중 과반수인 329석을 얻어야 하는데, 이는 이번 선거에서 선출되는 의석 491석 중에서 67%에 달하는 의석이기 때문이다.
반면 현 집권층인 군부와 USDP가 상하원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USDP가 163석만 얻으면 된다. 군부가 선거와 상관없이 헌법에 의해 상하원 의석의 25%를 할당받고 있어 166석을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당이 승리하더라도 집권을 하려면 소규모 정당들과의 연합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NLD와 USDP 중 어느 쪽이 집권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NLD가 집권하면 1962년 네윈의 군부 쿠데타 이후 반세기 가량 지속한 군부 지배가 막을 내리게 된다. NLD가 집권하지 못하더라도, 야당이 50여 년 만에 의회에 대거 진출한 만큼 미얀마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올 전망이다.
이번 선거를 공정하고 순조롭게 실시해 국제사회로부터 민주화 개혁이 지속할 것이라는 신뢰를 얻으면 미얀마에 대한 외국인 기업들의 투자와 관심이 증폭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날 투표현장에서는 유권자들이 아침부터 길게 줄을 늘어서는 등 25년만의 자유총선 투표에 대한 열기로 미얀마 전체가 뜨거웠다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