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노사불이 정신을 발휘할 때
2015-11-08 13:38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노사가 또 한번 한 자리에 모인다.
지난 9월 '조선업종 노조연대 공동파업’에 뜻을 함께 했던 양측 노조는 2개월여가 지난 지금 서로 다른 이유로 사측과 마주하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법정관리라는 큰 고비를 넘긴 이후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은 지난 38차 교섭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던 임금협상을 재개하기 위해서다.
벼랑 끝 위기까지 내몰렸던 대우조선해양은 노조가 임금동결과 파업권 포기 등의 내용이 담긴 노사확약서를 산업은행에 제출하는 것으로 사측에 힘을 보태면서 큰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상황이 여전히 불투명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생존방향을 함께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반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임금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이후 주력 사업의 대표를 교체하는 등으로 경영난 타개를 위해 부심 중이다. 하지만, 경영정상화에 매진해도 갈 길이 바쁜 지금 조금도 양보할 의지가 없는 노조와의 임금협상으로 발목이 잡힌 상태다.
이 시점에서 떠오르는 말이 있다. '오월동주'(吳越同舟)가 그것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적대관계에 있는 오(吳)나라 사람과 월(越)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 큰 바람이 불어 배가 뒤집힐 위기에 처하자 평소의 적개심을 잊고 서로 필사적으로 힘을 모아 위기를 모면했다는 고사다. 역설적이긴 하나 평소 적대적 관계에 있더라도 필요한 상황에서는 정략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노사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노사 간 갈등은 연간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의 손실을 초래한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 당장 구조조정이 시급한 기업들은 노조와의 갈등에 에너지를 소비하며 경쟁력을 잃기도 한다. 회사와 노조는 한 몸이라는 뜻의 '노사불이'(勞使不二)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