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별빛으로 우주 연구…'현대천문학의 요람' 소백산천문대를 가다
2015-11-01 13:57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천문학자들은 왜 산 위로 올라갈까요?”
지난 29일 충북 단양에 있는 소백산천문대를 찾았다. 죽령탐방지원센터에서 걸어서 두 시간, 차로 50분 거리다. 6.8km인 이 구간에 거리 축척에 따라 각 행성 정보를 담은 해설판이 설치돼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아이디어다. 탐방로를 걸으며 태양계의 크기와 상대적인 거리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2km 거리인 혜성 쉼터까지 걷다가 차를 탔다.
성언창 소백산천문대 대장은 “이곳은 해발 1378m”라며 “지상보다 15% 정도 공기가 없다. 민감한 분들은 머리가 아프실 거다”라고 입을 열었다.
소백산천문대는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1974년 지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천문대다. 임인성 천문연 글로벌협력실장 겸 책임연구원은 “당시 한참 살기 어려울 때 그 돈을 과학기술에 썼다는 것이 굉장히 놀랍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78년 12월 17일 “오늘부터 관측일지를 적는다”
61cm 망원경으로 미국항공우주국(NASA)보다 2년 7개월 먼저 식쌍성 공전 주기를 측정해 ‘두 개의 태양을 도는 행성’을 최초로 발견하기도 했다. 미국 천문학회지에서 최근 2년간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5편 중 하나로 선정됐다.
관측일지도 적었다. 1978년 9월 준공식을 하고 나서 같은 해 12월 17일부터 시작했다. 관측일지 첫 장에는 “오늘부터 관측일지를 적는다”라고 쓰여있다. 작성자의 소속, 관측 목적, 논문 주제, 날씨를 기록했다. 박찬영 천문연 연구원은 “1978년 이후로 관측일지를 매일매일 쓰고 있다”며 “지금은 디지털화가 됐기 때문에 컴퓨터로 쓴다”고 했다.
◇21세기 소백산천문대의 역할…이제는 연구·교육에 집중
61cm 망원경 나이도 올해로 41세가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별을 더 자세히 관측할 수 있는 성능이 뛰어난 망원경들이 많이 나왔다. 그래도 61cm 망원경의 역할은 남아있다. 성 대장은 “소백산천문대에 있는 망원경은 장기 관측 프로젝트에 많이 사용한다”며 “오랜 시간에 걸쳐 변하는 천체가 많은데 변광천체나 위성, 소행성 등을 관측하고 식쌍성의 진화를 20년 동안 연구한다”고 했다.
소백산천문대 용도는 현재 교육에 많이 집중돼 있다. 천문학 전공 대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고등학교 천문 연구·교육 프로그램, SF 작가 워크숍 프로그램 등이 있다. 일반 시민도 동호회 등 단체로 신청하면 소백산천문대를 체험해볼 수 있다. 특히 작가 워크숍 프로그램은 2009년부터 매년 2회, 2013년부터 3회씩 진행하고 있는데 25명 정도의 작가와 각종 예술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과학자 5~7명과 소백산천문대에서 2박 3일 동안 머물며 과학과 예술·문학에 대해 토론한다.
성 대장은 “일본이 올해 과학 부문에서 노벨상을 받았는데 그 원동력은 그 나라의 국민 마인드가 과학 문화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며 “과학을 문학이나 예술 작품에 집어넣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문화·예술 종사자들과 소통 기회를 늘리고 있다”고 했다.
성 대장은 이어 “과학 자체가 문화가 돼야 한다”며 “과학적 지식을 계속 설명한다고 해서 일반 국민이 과학을 대하는 마인드가 바뀌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