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상원, 재정 확충 위해 저소득층 증세안 부결

2015-10-27 11:21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영국 상원의원들이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 감면을 축소하는 내용의 정부 법안을 부결시켜 논란이 예상된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상원은 전날 44억 파운드(약 7조 6400억원) 규모의 저소득층 세금 감면 조치를 없애는 내용의 법안을 4시간여 동안 토론한 끝에 표결해 307대 277로 부결했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연간 300억 파운드가 소요되는 현행 감세제도로는 지금의 재정 여건을 감당할 수 없다"며 재정 확충을 위해 감세 축소를 추진해왔다. 오스본 장관은 2020년까지 시간당 임금을 9파운드로 올리고, 과세최저한도도 인상함으로써 재정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토론에서 패트리시아 홀리스 노동당 의원은 "성탄절을 앞두고 저소득층 가구에 연간 1300파운드(약 225만원)를 손해볼 것이라고 알릴 수 없다"며 이 법안의 3년간 유예를 골자로 한 동의안을 제출했다. 하이디 앨런 보수당 하원의원도 "재정 흑자에만 골몰한 탓에 지금 뭘 하는지 정체성을 망각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영국 상원의원들은 비선출직으로서 법안 거부권이 없다. 선거로 뽑힌 하원 의원들이 통과시킨 법안을 수정할 수는 있어도 부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부결에 대한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상원은 "이번 감세 축소안은 법령이 아닌 위임입법안으로 제출된 만큼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당의 에드워드 레이 하원의원 등은 하원의 입법 권한이 상원에 짓밟혔다며 반발하고 있다. 집권 보수당은 지난 5월 총선거에서 크게 승리해 하원을 장악했지만, 상원은 소수의 세습 귀족들과 법관 등으로 임명됐기 때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오스본 재무장관은 이번 결정에 대해 "민의를 반영하는 것이 내 의도지만 이번 일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논란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대변인도 "헌법적 관례가 깨졌다"면서 "어떻게 원상복구할 것인지 조속히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