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 “무너져 가는 동대문 앞에서 회사의 번영이 무슨 소용이랴”
2015-10-26 13:13
박 회장 사재 100억원 출연 등 200억 투자…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출범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구슬은 이미 준비가 돼 있고 꿸 실과 바늘만 남아있다. 동대문 미래 창조재단이 실과 바늘이 되고자 한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26일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이하 창조재단) 출범식에서 이같이 밝히고, 구도심이자 동력을 잃어가는 동대문에 활력을 불어넣을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인사말을 통해 “본사를 이전한 후 33층 집무실에서 동대문 시장을 바라보니 대부분의 삶이 이어져 가는 모습에 이게 진정한 우리나라 모습이구나 생각하게 됐다”면서 “치열한 삶의 현장 앞에서 나 혼자 갖는 번영의 의미가 무엇인가 생각했다. 이 지역이 함께 발전하고 같이 희망을 심어가는 것은 대한민국에 사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두산으로서 가져야할 가장 큰 의무가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동대문 상권 활성화와 동대문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설립된 창조재단은 두산그룹과 박용만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본격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우선 초기 재원으로 두산그룹이 100억원, 박용만 그룹회장이 사재 100억원 등 모두 200억원을 출연한다.
창조재단은 동대문 지역발전을 체계적으로 지원키 위해 민·관·학 협력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지역 상공인이 동대문 지역 현안과 상권 발전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필요하면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적 지원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도시 설계 분야 학계도 재단의 한 축으로 참여해 동대문의 체계적인 공간 개발 방향을 제시한다. 두산은 운영기획 및 총괄, 재원 투자 등을 맡는다.
창조재단은 1914년 설립된 미국 클리브랜드 재단과 같은 지역재단(Community foundation)을 표방하고 있다. 지역재단은 지역 문제를 지역주체들이 직접 해결하는 것을 기본 취지로 외국의 지역재단들은 대부분 지역민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은 ‘동대문의 클리브랜드 재단’을 지향하며 한국 지역재단의 모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재단은 △동대문 씽크탱크(Think tank) △동대문 마케팅(Marketing) △브랜드 엑셀레이터(Accelerator) 등 크게 세 분야로 동대문 지역 지원에 나선다 먼저 창조재단은 동대문 지역 발전 모델을 개발하고 제안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한 효과적인 동대문 마케팅을 위해 동대문이 가진 매력을 최대한 수집해 체계적인 방식으로 알릴 예정이며 이를 위해 동대문 정보 웹사이트 구축을 필두로 모바일 앱 개발과 지역 특화 이벤트 개최, 동대문 소식지 발행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창조재단은 또한 IT(정보기술) 업계에서 통용되는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개념을 패션업계에 적용해 산업적 시각에서 패션계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전국에서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해 작업 공간과 자금, 마케팅, 홍보 등을 지원하고, 디자이너들이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패션쇼를 열게 하거나 두타에 팝업스토어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판로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작업실은 동대문 상가의 공실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패션디자인 메카로써의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동대문은 이미 수없이 많은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많은 개인 디자이너 점포가 이곳에 있어 창의성을 기반을 둔 콘텐츠가 많은 곳”이라며 “또한 물건을 만들고 팔고 배송하는 노하우가 깊고 넓게 보유한 곳이 동대문”이라며 패션중심지로의 재도약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