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양극화가 청년 실업률 키운다
2015-10-22 07:00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청년 실업률이 두 자릿수를 넘나드는 등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점점 더 심해지는 일자리 양극화가 청년 실업률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의 격차가 커지면서 청년층이 더 좋은 일자리를 기대, '스펙 쌓기', '직장 탐색' 등을 지속한다는 것이다.
21일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산업·서비스경제연구부장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 발전 방향 보고서'를 통해 청년 실업 상승의 원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최 연구부장은 청년 취업난에 대해 "시계열적 추이와 지표 수준에 대한 국제비교에서 확인되듯이 우리나라의 청년 일자리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은 세계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보다 안 좋은 상황이다.
특히 지난 1990년대 유럽 국가들보다 낮았던 청년 실업률이 지금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지난해 25∼29세 남자 실업률은 1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9.7%보다 높고 일본(5.6%), 미국(7.4%), 영국(7.4%)을 훌쩍 뛰어넘었다.
보고서는 이렇듯 청년 실업자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일자리 양극화로 인한 직장탐색의 증가를 꼽았다.
최 연구부장은 우선 "'나쁜 일자리'와 '좋은 일자리'의 격차가 클 때 청년층은 취업을 선택하지 않고 실업상태를 지속하게 된다"는 직장탐색 이론을 통해 청년 실업문제의 원인을 찾았다.
그는 "만약 모든 취업기회가 동일하다면 청년층은 취업기회가 생기면 저울질 하지 않고 바로 취업하게 될 것이나 일자리의 질이 서로 크게 다르다면 청년층은 만족하지 못하는 일자리에는 취업하지 않고 더 좋은 일자리를 기대하면서 실업 상태를 지속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한국과 일본 청년노동시장은 졸업 후 거의 같은 초임을 받으면서 학교에서 알선하는 직장에 취업하는 '질서정연한 이행'이 특징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청년 실업이 서구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청년 임금의 격차가 크게 확대됐기 때문에 청년층은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나쁜 일자리'에 취업할 수밖에 없어 취업 연기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괜찮은 일자리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08∼2014년 임금근로자의 일자리를 분석한 결과 전체 임금근로자의 일자리는 소폭 늘어난 반면, 청년층의 일자리는 3.7% 감소했다.
특히 청년층 일자리 가운데서도 임금수준 등 괜찮은 일자리로 평가되는 상위 일자리(8∼10분위)는 23.4%나 줄었다.
김복순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전체 임금근로자의 분위별 일자리 변화를 살펴보면 중간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양극화가 다소 완화됐지만, 청년층에서는 사뭇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상위 일자리 감소가 확연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