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시선] 영화 담당 기자가 본 ‘마션’‧‘인터스텔라’‧‘그래비티’
2015-10-21 13:45
최 : '마션'의 독주가 엄청나. 20일까지 누적관객수 326만7383명, 322만7647의 '그래비티'를 넘어섰어.
김 : 현대과학을 흥미롭게 접목한 덕인 것 같아. 사실 '인터스텔라'는 천체물리학 내용이 너무 어려웠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김빠지는 메시지를 휘황찬란하게 포장한 꼴이지. '그래비티'는 우주를 표류하는 초보 여성 우주인의 공포와 절망감에 집중하느라 과학을 깊이 다루지도 않았고.
최 : 세 작품 모두 우주 조난 영화지만 색이 극명히 달라. '그래비티'는 거대한 우주에서 궤도를 벗어난 작은 우주선, 그 안에 있는 인간의 감정에만 집중해. '마션'은 사실 조난 영화이면서, 동시에 구출 영화이기도 하지. 홀로 화성에 남겨진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만큼이나 고군분투하는 나사(NASA)도 영화에 큰 비중을 차지하니까 말이야. 딸을 지키기 위해 혼자 블랙홀을 통과하며 지구를 구하는 아버지를 담은 영화 '인터스텔라'는 말할 것도 없고.
김 : 내가 그런 경우야. 그래도 화성에 홀로 남겨져 "서프라이즈~ 나 살아있어요~"라고 농을 치고, 면도도 못 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나는 화성을 차지할 해적"이라고 말하는 와트니의 유쾌함과 천연덕스러움을 완벽하게 소화할 사람은 맷 데이먼뿐이니까 감독도 맷 데이먼을 포기할 수 없었겠지.
최 : 맞아. 맷 데이먼은 '마션'이 가진 유쾌함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지. '마션'이 다이나믹하고, 재밌고, 유쾌한 영화임이 분명하지만,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가 가진 무게감이나 깊이감을 따라올 수는 없다고 생각해. 여성 우주인이 생존에 성공해 지구, 어딘지도 모르는 바닷가에 떨어져 자신을 옥죄던 우주복을 벗어 던지고,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 '그래비티'의 마지막 장면이 주는 감동은 잊을 수가 없지.
김 : 맞아. 사실, '마션'의 배경이 꼭 화성일 필요가 있었을까? 바다로 옮겨와도 스토리는 유지되지 않아? 와트니가 어딘지도 모르는 무인도에서 모래사장에 감자를 키우고, 해양구조대가 그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 되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