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일본 정부가 내년 1월 마이넘버(my number) 제도 시행을 앞두고 20일부터 개인 고유번호가 담긴 '통지카드'를 배부한다는 방침이다.

마이넘버 제도는 한 사람당 하나씩 12자리 식별번호를 부여하는 일종의 주민등록제다. 아기부터 노인까지 일본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한 번 발급되면 평생 바뀌지 않는다. 세금 계산이나 사회보장 수급 신청 시 첨부 서류를 갖추지 않아도 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일부터 각 가정에 배부되는 ‘통지카드’에는 개인에게 부여된 고유 식별번호와 이름, 주소, 생년월일, 성별 정보가 기재돼 있다. 통지카드를 받으면 기재 사항에 오류가 있는지 확인한 뒤, 근무하는 회사 등 소속 담당자에게 신고해야 한다. 사실상 마이넘버 제도 시행의 마지막 준비 과정을 뜻한다.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는 '개인번호카드'를 신청할 수도 있다. 개인번호카드에는 통지카드에 들어 있는 개인 정보 외에도 얼굴 사진이 추가된다. 종이 형태의 통지카드와는 달리 뒷면에 IC 칩 등이 삽입된 플라스틱 카드로, 신분증명뿐만 아니라 2017년 7월부터는 건강보험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개인번호카드는 내년 1월 마이넘버 제도가 시행됐을 때 발급처에서 통지카드와 교환하면 된다. 발급 비용은 무료다. 다만 사진이 붙어 있는 만큼 유효기간이 있다. 20세 미만은 5년마다, 20세 이상은 10년마다 카드를 갱신해야 한다. 강제 사항은 아닌 만큼 기호에 따라 통지카드와 개인번호카드 가운데 선택해 사용하면 된다.

일본 정부에서는 일단 11월 말까지는 통지카드 배부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자체 조사 내용에 따르면, 이사나 복지시설 장기 거주 등에 따라 통지카드를 받지 못할 사람이 10%에 이를 것이라는 통계가 나와 당분간 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지카드 수신율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별로 상담전화창구를 마련하는 등 홍보를 강화하고 있지만 기한 내 마무리지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가노 시의 경우 반송된 통지카드를 현지 조사를 통해 직접 방문 배부할 수 있도록 임시직원까지 고용한 상태지만 담당해야 할 가구수가 많아 벌써부터 업무 부담과 피로 누적을 호소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개인 정보 유출과 도용 등 범죄 활용 가능성도 지적된다. 제도 특성상 한 번 개인정보가 노출되면 금융기관과 의료원 등 사생활 피해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납세 등을 위해 사원의 고유번호를 수집·관리할 의무가 있는 기업 약 80%가 관련 시스템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떠오른다.

불안감이 높아지자 일본 총무성은 “개인 정보는 지금처럼 국세청과 일본연금기구 등 각 기관이 분산해 관리하는 만큼 개인정보 도용은 어렵다"고 설명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