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롯데', 경영권 분쟁 2라운드로 호텔롯데 상장 발목
2015-10-15 00:03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롯데 신동주·신동빈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신동빈 회장이 추진하려던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순환구조 개선 작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개시한 소송전 등 일련의 상황이 호텔롯데 상장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다 상장이 지연될 경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쓰일 재원을 마련하는데도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롯데그룹 고위관계자는 이날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것을 포함해 경영권 분쟁에 따른 (호텔롯데 상장) 영향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상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이전에도 논의한 바 있어 일반 기업의 상장보다는 짧은 시간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곧바로 관련 작업에 착수한 호텔롯데는 지난달 열린 회의에서 내년 2월에 상장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예비심사에서는 매출액 등 숫자로 나타나는 경영성과에 대한 양적심사는 물론 지배구조의 안정성 등 질적심사도 함께 진행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호텔롯데 상장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소송전이 양국 롯데 경영권과 관련된 것이어서 호텔롯데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2월 상장은 가능성이 언급됐던 것일뿐 확정된 목표는 아니었다"며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당초 11월로 예정돼 있었는데 소송전과 별개로 (관련 일정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호텔롯데가 예비심사 청구를 한 상황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말할 상황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상장심사에서 지배구조의 안정성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거래소 김병률 상무는 "상장심사의 질적 요건에 지배구조의 안정성과 관련된 항목이 있기 때문에 이번 소송전도 심사 대상에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송전 때문에 상장이 안된다 또는 느려진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소송전이 상장에) 유리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롯데에도 지배구조 항목이 심사 대상이란 점을 주지시키고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적지 않은 재원이 필요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지주사 전환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은 416개에 달하는 순환출자 고리 가운데 80% 이상인 약 340개를 올해 안에 해소하기로 한 바 있다. 때문에 신동빈 회장은 8월 말 사재 358억원가량을 들여 롯데제과 주식 1만9000주를 매입하면서 140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롯데는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작업을 먼저 진행했으며 다음 달까지 좀 더 큰 재원이 필요한 작업을 마쳐 연내 순환출자를 80% 해소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지주사 전환에 소요되는 금액인만큼 최근의 소송전이나 상장 일정과 관계없이 이미 공약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장기 과제인 지주사 전환까지 모두 포함해 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것만 따지면 7천억 정도가 들 것으로 본다"며 "마련할 수 없을만큼 큰 재원은 아니기 때문에 IPO와 별개로 순환출자 고리 해소는 연내 마무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