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담은 '부재'의 정신…지석철 개인전

2015-10-13 17:15

'예사롭지 않은 날-고아, 인도(Unusual Day-Goa, India)', 77.5 x 49.5cm, Oil on canvas, 2014. [사진=노화랑 제공]


아주경제 조가연 기자 =특유의 고독함을 표현해온 극사실주의 작가 지석철의 개인전이 오는 1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린다.

중견작가 지석철은 '부재'의 은유물인 아주 작은 빈 의자와 풍경을 그려 '미니멀 극사실주의와 모노톤의 재현회화'라고 평가받아왔다.

지석철의 작품에 계속해 등장하는 빈 의자는 우리 시대가 경험한 상실감의 표상이다. 주인 없이 캔버스 여기저기에 방치된 듯 놓인 의자는 1960년대 산업화 이후 배금주의에 물든 현대인의 방황과 상실을 그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예사롭지 않은 날', '변신의 무언극' 등 그의 작품 수십 점이 출품된다.

황량한 대지 위에 의자의 몰골만 남아있거나 황토 바닷물 위 조각배에서 낚시하는 상황, 무언가 있어야 할 것 같은 데 없는 풍력발전소의 상황 등은 부재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린아이가 외줄 타기를 하는 바닷가나 눈 내린 땅과 같은 서사적 풍경에 더해진 빈 의자는 극도로 사실적으로 그려진 풍경들에 신비로움을 입혔다.
 

'부재의 기억-메콩, 캄보디아(The Memory of Nonexistence-Mekong, Cambodia)', 92.4 x 122.4cm, Oil on canvas, 2014. [사진=노화랑 제공]


작가는 캔버스 안에 빈 의자를 배치함으로써 현대인의 막연한 상실감과 고독, 불안을 조장하는 세상의 민낯을 보여준다. 세속의 화려함 이면에 숨어있던 어둠을 드러내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외로움의 정서를 담아낸 것이다.

노화랑 측은 이 때문에 "지석철의 작품에서는 일반 감상자들이 친숙하면서도 낯선 이마쥬(Image)를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미술평론가 김복영은 "지석철은 미니 의자가 있어야 할 위치와 정황을 자세히 묘사할 뿐 아니라 거기서 전율하는 미니 의자의 세세한 자태를 묘사함으로써 부재를 폭로하는 신종 리얼리즘을 창도한다"고 평했다. 02-732-3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