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신동주의 '보여주기식' 기자회견
2015-10-12 00:01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본격적인 소송전을 선언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과 일본에서 롯데홀딩스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날 오전 9시께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을 알렸다. 불과 2시간 전에 전해진 소식이었지만 기자회견장은 만석이었다. 한국인의 관심이 롯데가(家)에 쏠려 있음을 방증한 것이다.
추후 주총이 다시 열리면 승리를 자신하느냐는 질문에도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이 아버지와 자신을 부당하게 몰아냈다"는 점만을 부각했을 뿐 구체적인 답변은 회피했다.
부족한 한국어 실력도 문제다. 그는 한국어 구사가 서툰 것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회견에서는 짧은 인사말을 한국어로 한 것 외에는 모든 발언을 부인과 법률 자문단을 통해 대신했다.
질문에 대해서는 김수창 변호사와 귀엣말을 주고받으며 상의를 했고, 이를 자문단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질문에 대한 신 전 부회장의 답변이 통역과 대리인을 통해 두 번씩 걸러져 전달됐으며,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단답형에 불과했다.
롯데그룹이 한국과 일본 중 어느 나라의 기업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동생 신동빈 회장이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한국말로 말한 것과는 대조된 모습이다.
결국 신 전 부회장의 행보는 보여주기식 기자회견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가 준비한 내용은 이미 예상된 시나리오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11일에는 한 언론이 신 총괄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도하면서 판단력에 문제없음을 알렸지만 이 또한 건강이 항상 온전하다는 것이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친필 위임장 영상도 큰 힘을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이 동생 신 회장을 이기고 롯데그룹의 대표로 자리매김하려면 갑작스러운 기자회견보다 한국인과 소통하는 법을 먼저 깨우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