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학산업 DNA 바뀐다… SK·LG·롯데·한화 모두 가스화학 투자

2015-10-08 14:10

한화케미칼이 시프켐과 합작한 가스화학 공장.[한화케미칼 제공]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한국 화학산업이 셰일혁명을 만나 근본적인 변화에 나섰다.

석유로만 만들던 화학제품을 가스로도 만드는 게 골자다. 여기에 SK까지 합류하면서 LG, 롯데, 한화 등 국내 석유화학 리더는 모두 가스화학 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 기반의 국내 화학산업은 북미와 중동발 가스화학에 위협받고 있다. 저유가로 인해 석유화학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가스화학이 조금 더 경제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국내 화학기업들도 속속 가스화학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전날 사우디 사빅과 석유화학 합작공장을 지은 SK종합화학은 차후 미국에서 가스화학에 진출할 계획도 밝혔다.

향후 5년간 사빅과 협력해 사우디와 미국에도 합작공장을 짓는다는 내용이다. 사우디 공장은 사빅의 유전을 활용한 석유화학사업이지만, 미국 공장은 사빅이 보유한 현지 가스전을 바탕으로 ‘화학산업의 쌀’인 에틸렌 등을 생산함으로써 본격적으로 가스화학에 진출하게 된다.

이로써 SK를 포함한 국내 화학 메이저는 모두 가스화학 전성기를 불러온 글로벌 셰일혁명에 가세했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액시올과 미국에 가스 기반 에틸렌 생산설비 건설을 추진 중이다. 또 우즈베키스탄 현지 국영기업과 함께 수르길 가스전에 투자해 석유화학단지를 짓는 프로젝트도 진행해왔다. 최근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화케미칼은 사우디 시프켐과 합작해 가스로 에틸렌을 만드는 공장이 지난 4월부터 상업가동에 들어갔다. 회사측은 최근 급격한 유가하락에도 가스 기반 에틸렌 공장이 최소 1/3 이상 원가절감이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LG화학도 카자흐스탄 국영기업과 가스 기반 석유화학 단지를 짓는다. 당초 계획을 늦춰 2019년에 가동한다. 한때 공장을 지을 건설사가 계약을 취소해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대두됐지만 LG화학은 계획 변동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에서도 저유가로 인해 다수 가스화학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등 국내 기업들도 투자를 고민했지만 향후 유가가 오를 가능성에 결국 진출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렸다.

화학 4사는 다만, 모두 해외 기업과 합작형태를 취해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급락해 가스화학사업 수익의 변동성이 높아졌고, 대규모 화학설비를 짓는 만큼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해외기업의 자본력을 끌어왔다”며 “계속해서 해외 저가원료를 확보해 국내 화학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셰일혁명으로 미국 석유화학산업은 셰일가스 증산에 따라 원가경쟁력을 보유하게 됐다. 이에 따라 미국 석유화학기업은 석유의 나프타 기반 화학생산설비를 셰일가스 기반 생산설비로 전환해 왔다.

수년내 미국의 셰일가스 기반 화학제품 생산량은 미국 수요의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셰일가스 기반 화학제품은 이르면 2016년 하반기부터 본격적 생산이 개시되고, 초과생산분이 2017∼2018년경부터 아시아 및 유럽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은 지난해 에틸렌 생산능력 기준 세계 4위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석유화학 생산량의 55.1%를 수출한 효자산업이지만, 셰일가스 혁명에 의해 초래된 미국의 저렴한 화학제품 수출이 중장기적 위협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