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이후 설립대학 52곳 중 5곳 폐교·5곳 통합·13곳 부실지정
2015-09-18 13:16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1996년 5.31 교육개혁 이후 대학의 다양화․특성화를 목표로 대학 설립기준을 크게 완화한 대학설립준칙주의에 의해 설립한 대학 중 상당수가 닫거나 부실 대학으로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태년 의원(새정치연합)이 ‘세계화․정보화 시대를 주도하는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 방안(5.31교육개혁안) 20주년을 맞아 ’5.31교육개혁 실태 진단(고등교육 정책 중심으로)‘ 정책자료집을 발간하고 1997년부터 2014년까지 대학 설립준칙주의에 근거해 설립된 대학 52곳, 대학원대학 46곳, 전문대학 9곳 중 명신대, 성민대, 아시아대, 건동대, 경북외국어대 등 5곳은 문을 닫았고 을지의과대, 가천의과대, 탐라대 등 5곳는 일반대와 통합, 경일대, 광신대, 대신대 등 13곳은 2011년 이후 재정지원제한대학, 학자금대출제한대학, 경영부실대학 등에 지정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민정부는 1994년 ‘대학정원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한 뒤 1996년 포괄승인제를 거쳐 1997년 일정한 교육여건 기준을 충족하면 정원책정의 자율권을 부여하는 교육여건연동제를 시행해 1995년 당시 49만8250명이었던 대학(대학, 교육대학, 산업대학, 전문대학) 입학정원은 계속 증가해 2002년 65만6783명으로 15만8533명이 증가하고 7년만인 1995년 입학정원의 약 3분의 1이 늘어난 셈이다.
이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미달 우려가 커지면서 정원정책은 정원감축 유도정책으로 전환해 참여정부 시절(2003년 대비 2008년) 대학 정원은 7만1179명을, 이명박 정부 시절 3만4649명(2008년 대비 2013년)을 감축했고, 박근혜 정부 또한 2023년까지 16만 명을 감축한다는 목표 아래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김 의원실은 현재 진행중인 정원감축을 위한 구조조정이 5.31교육개혁이 낳은 폐단을 해소하는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밝혔다.
5.31교육개혁은 대학의 다양화․특성화 차원에서 연구중심대학 집중육성을 제시하고 이후 국민의 정부를 비롯한 역대 정부와 현 정부는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위해 BK21사업, 세계수준 연구중심대학 육성(WCU)사업, BK21플러스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중심대학은 대학원과정이 중심이 돼야 하지만 연구중심 재정지원의 집중수혜를 받은 상당수 대학들이 여전히 학부중심으로 대학운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BK21, WCU, BK21플러스 등 연구중심 지향의 재정지원사업을 가장 많이 받은 상위 20개 대학의 학부 및 대학원 입학정원은 대학원 입학정원이 학부 입학정원보다 많은 대학이 서울대와 포항공대, 서강대 3곳뿐이었다.
1995년 이후 우리대학의 종합대학화 경향은 더욱 심해져 대학 특성화에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현재 인문사회, 자연과학, 공학, 예체능, 의학 중 4개 이상의 계열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은 전체 대학의 64.7%에 달해 1997년 당시 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1997년 당시 4개 계열 이상의 계열을 보유한 대학은 전체 대학의 58%였다.
5.31교육개혁은 대학의 다양화․특성화를 유도하고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안으로 ‘평가와 재정지원 연계방안’을 제시해 2004년 대학 재정지원 방식을 평가에 따라 차등지원하는 특수목적지원사업으로 전면전환하는 등 평가와 연계한 재정지원은 우리나라 대학 재정지원사업의 전형으로 자리잡았다.
평가와 연계한 재정지원은 대규모 대학의 재정지원 독식현상을 초래한 것으로 나타나 2004년과 2014년 재정지원사업의 상위 20개 대학을 살펴보면, 이들 대학 지원금이 전체 교육 및 연구중심 재정지원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55.0%에서 2014년 57.8%로 높아져 60%에 육박하면서 이들 대학의 면면은 10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수도권 주요대학과 경북대, 전남대, 충남대 등 지방 대규모 국립대학 등 13개 대학은 2004년과 2014년 동일하게 상위 20위 내에 들어있다.
대규모 종합대학에 대한 편중지원은 대다수 대학이 특성화․다양화의 길을 포기하고 대규모 종합대학 ‘따라잡기’에 매몰되도록 유도했다고 김 의원실은 지적했다.
5.31 교육개혁안이 국립대 법인화를 제안하고, 자율과 경쟁논리가 고등교육 정책의 기조를 이루면서 국립대의 등록금 의존도는 높아지고 정부지원은 축소됐다.
1997년 대비 2014년 국립대의 세입구조를 비교해 보면, 2014년 세입총액에서 국고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7년에 비해 높아진 대학은 부경대 한 곳뿐으로 1997년 당시에는 모든 국립대학이 재정의 절반 이상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으나 2014년에는 재정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지원하는 국립대는 전체 22곳 중 14곳으로 대폭 줄었다.
22곳 가운데 금오공대, 부경대, 안동대, 전남대, 제주대, 창원대 6곳을 제외한 16곳의 2014년 등록금 의존율은 1997년에 비해 상승했다.
1997년 이후 국사립대 등록금 인상률을 살펴보면 정부가 등록금 인상 억제 정책을 펼쳤던 1998년과 1999년, 2009년 이후를 제외하고 국립대 등록금은 매해 4.7~9.7%의 인상률을 보였고 2002년 국립대학 등록금 자율화 이후 2009년까지 국립대 등록금 인상은 사립대를 앞질렀다.
김 의원실은 5.31교육개혁에 기반한 고등교육정책으로 학부제, 전문대학원, 단설전문대학원(대학원대학)은 추진이 중단되거나 논란을 빚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고등교육정책의 성적표가 낮은 이유는 대학에 대한 열악한 정부지원, 학벌주의를 양산하는 대학서열체제, 지나치게 높은 사학의존도라는 우리 대학의 근본문제를 외면했기 때문이라며 ‘자율과 경쟁’ 아닌 ‘상생과 협력’, ‘규제 완화’가 아닌 ‘정부의 책임성강화’, ‘정부의 일방통행’이 아닌 ‘민주적 합의와 절차’를 중시한 새로운 대학개혁안의 수립이 필요다하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