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人을 울리는"…영철버거 펀딩으로 본 '감성 핀테크'

2015-09-18 00:00

[사진=영철버거 크라우드펀딩 포스터]

아주경제 강아영 기자 ="영철버거는 '고대 가족' 입니다"

영철버거는 1000원짜리 버거로 고려대학교 앞 명물이 된 '길거리 버거'의 신화다.

지난 2000년 이영철(47) 대표가 리어카 노점상으로 시작해 정식 매장을 내기까지 영철버거에 수많은 고대 학생들이 거쳐 갔다.

매일 아침 정육점에서 배달되는 싱싱한 돼지고기 등심을 특제 양념으로 재서 튀겨내고 거기에 양배추, 청양고추 등 갖은 야채를 볶은 속 재료를 더해 따끈한 빵에 담아 주문받은 자리에서 만들어주는 영철버거가 대표메뉴다.

가격은 1000원.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부터 학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철씨는 지난 2004년부터 매년 2천만 원의 장학금을 고대 학생에게 주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7월, 이어진 재정난으로 영철버거는 문을 닫았다.

이에 영철버거의 오랜 친구인 고대학생들이 나섰다.

16일,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는 영철버거 재개업을 위한 '비긴어게인 영철버거 프로젝트' 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 개설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해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창업자에게 자금을 도와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의 일종이다.

이어 고려대 재학생 커뮤니티인 ‘고파스’에 펀딩 소식을 알렸다.

펀딩 목표 금은 2천만 원. 제도상 마감 시한 전까지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 될 판이었다. 하지만 곧 목표 금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 모였다. 48시간 만이었다.

프로젝트의 도입부에는 영철씨와 고대와의 인연이 영상을 통해 그려졌다. 영철버거의 시작부터 끝이 아기자기하게 설명돼 있었다.

말미에는 모금의 취지부터 ‘지역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기대 효과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후원자에게는 영철버거로 보답하겠다며 보상품도 제시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참여한 후원 금액은 십 만원이었다. 영철 멤버쉽 카드와 프리미엄 버거 콤보, 스트리트 버거 콤보를 제공해주는 보상으로 주는 모금액이었다.

“총 100시간 정도가 걸렸어요” 프로젝트를 개설한 고대 경제학과 이승주(22) 학생은 8월 초부터 영철씨와 이틀에 한 번꼴로 만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9월 1일부터는 홈페이지에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영철버거 살리기 ‘댓글 담당자’로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에 답하며 소통에 힘쓰고 있다. 영철버거를 경험한 안암 지역 주민들, 졸업생들, 재학생들이 참여했으면 했지만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들뜬 목소리였다.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사이트 '와디즈' 의 홍보 담당자 황인범 씨는 영철버거 프로젝트의 성공 요인을 ‘동질감’으로 꼽았다.

황 씨는 "확실히 초반에 댓글을 남기는 이들은 영철버거를 추억하는 이들이었다. 또 잘 짠 ‘스토리 기획’이 경험을 불러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크라우드 펀딩의 방향도 영철버거 펀딩의 사례 처럼 감성과 신뢰가 기반이 될 것” 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