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CEO “한국 노동개혁 고삐 더 조여야”
2015-09-17 16:39
한국경제연구원, ‘외국 기업 CEO가 바라본 한국의 노동시장’ 특별 좌담회 개최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주한외국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제조업의 경우 인도, 중국 등 다른 지역에 생산 물량을 뺏기지 않으려면 노동개혁을 통해 ‘투자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은 ‘파업’을 임금협상의 단골 카드로 내세우며 회사와 대립각을 세우는 강성노조와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는 경직적 노동환경에 날을 세웠다.
대우의 파산이후 2002년 한국법인을 설립한 한국GM은 매년 임금을 인상했다. 그러나 호샤 사장은 한국GM은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임금을 239% 인상했지만 글로벌 GM 26개 공장 중 ‘고비용’ 국가로 분류된 낮은 생산성을 지적했다. 저비용 국가는 자동차 한대당 생산 비용이 500달러에 불과한 반면 고비용 국가는 대당 생산 비용이 1000만 달러로 2배 이상이 소요된다.
호샤 사장은 “타 완성차기업이 국내 생산을 줄이고 해외생산을 늘릴 때 한국 GM은 2012년 200만대 이상을 국내 생산하며 꾸준히 늘렸다”면서 “계속 상승하는 임금과 매년 이뤄지는 임단협으로 국내생산 비용이 해외생산 비용보다 높아 버틸 수 없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한국자동차 산업의 평균 생산성(HPV)은 26.4시간으로 도요타 24.1시간, 미국GM 23.4시간에 밀리는 실정이다.
호샤 사장은 특히 경직된 노사관계를 지적했다. 그는 “GM 오늘날 전세계 30개국에서 자동차 생산하는데 임금교섭을 매년 하는 공장은 한국 단 한 곳 뿐이다”라며 “1년에 2~3개월 동안 임단협 업무에 몰두하게 돼 예측 가능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는 “국가와 기업의 경제상황을 생각지 않고 근로자의 성과와 실적 상관없이 매년 월급이 올라가길 기대한다”며 “외국계 기업들이 신규투자를 하려할 때 예측가능성과 국제적인 규범 기준을 얼마나 받아들이는지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만의 독특한 규정(통상임금, 매년 실시하는 임금협상)이 굉장히 많다”며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 규범을 준수하려고 하겠지만 연구개발(R&D) 투자, 고용 창출 등 핵심사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좌담회에 좌장으로 참석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과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 비크람 도래스와미주한 인도대사, 유시탁 전 한국파커 대표이사 등은 노사정 대타협에 “긍정적인 첫 단추로 환영한다”면서도 “실질적으로 구체적이며 긍정적인 이행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호샤 사장도 “같이 갑시다”라고 말하며 “한국에서 사업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노사정 대타협 입장을 다시한번 전했다.
권 원장은 “노사정이 1년 여에 걸쳐 합의를 이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청년일자리 증가 등 결실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역시 노동개혁의 고삐를 조여야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