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 옛날이여’…시청률 40%가 그리운 KBS ‘부탁해요 엄마’
2015-09-16 09:27
KBS2 주말 연속극은 일단 방송되면 어느 정도의 시청자는 기본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대략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째는 전반적으로 주말엔 시청들이 TV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고 둘째는 MBC와 SBS는 각각 ‘뉴스데스크’(7.2%) ‘8뉴스’(7.8%)를, KBS1은 다큐멘터리를 방송하는 편성적인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KBS2 주말 연속극의 시청률은 근 5년 동안 2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하지만 만족할 수 없는 수치다. 사실 상 20%대의 시청률은 KBS2 주말 오후 8시 드라마가 거둔 최악의 성적에 가깝다. 시청률 기근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 동안 KBS2가 이 시간대에 방송한 드라마 12편 중 5편이 4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반면 드라마 3편은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참패했다. 5년 동안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내 딸 서영이’(47.6%)와 가장 낮았던 ‘사랑을 믿어요’(27.4%)의 시청률 차이는 20%가 넘는다.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와 실패한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아침 드라마나 일반 주중 연속극에서는 젊은 남녀의 연애 이야기나 배신과 음모가 판치는 자극적인 내용을 자주 다룬다. 한여자의 복수를 다룬 MBC '이브의 사랑'이나 한 가족의 진실을 찾는 스토리의 SBS '돌아온 황금복'이 그렇다. 하지만 이는 KBS 주말 연속극에선 통하지 않는다. 출생의 비밀과 젊은 남녀의 사랑을 다룬 ‘최고다 이순신’이나, 마찬가지로 출생의 비밀과 더불어 하나의 악역을 선정하고 치열하게 스토리를 전개한 ‘파랑새의 집’이 각각 30.1%와 27.5%의 시청률로 부진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심지어 가족이야기를 유쾌하게 다룬 ‘오작교 형제들’도 후반 마치 추리극과 같은 전개로 동력을 잃으며 기대에 못 미친 36.3%라는 시청률 성적을 받았다. 가족들이 모여 드라마를 보는 시간인 만큼 지나치게 어두운 분위기도 흥행 실패의 요인이었다. 이서진과 김희선이라는 필승 캐스팅 카드를 내세운 ‘참 좋은 시절’(27.7%)은 초반 잔잔하고 감동적인 스토리로 호평을 받았지만 이후 시종일관 슬픈 분위기로 일관해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
KBS저녁 드라마는 대부분 ‘가족’이 나오며, 스타 캐스팅 전략이 통하지 않고, 분위기나 소재의 영향을 많이 탄다는 특징이 있다. 이 시간대에는 경쟁 드라마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전작과의 경쟁을 위해 독특한 소재를 발굴하면서도 동시에 가족 드라마 전형의 ‘보수적’인 메시지를 전해야 했다. 또 한편으로는 가족의 어두운 문제도 밝고 유쾌하게 풀어내야하는 과제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킨 ‘넝쿨째 굴러온 당신’(45.3%), '내 딸서영이'(47.6%), '가족끼리 왜 이래'(43.1%)는 모두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막장 드라마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왕가네 식구들’(47.3%)마저도 독특한 캐릭터들과 유쾌한 전개,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주는 가족적인 메시지로 큰 사랑을 받았다.
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주말 드라마에는 가족 이야기, 다양한 등장인물의 개별적 에피소드 등의 이미 정해진 공식이 있다”면서도 “그래도 차별 점을 두기 위해 젊은 남녀의 연애나 가족 간에 야기되는 특이한 갈등을 넣어야 하는 데 이와 같은 포인트가 기존의 보수적인 메시지나 분위기와 균형을 이뤄야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KBS2 주말 드라마들이 이미 성공과 실패의 공식을 제시한 가운데 ‘부탁해요 엄마’가 소위 ‘대박’을 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