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유기업 개혁안' 드디어 베일 벗었다

2015-09-14 13:58
중국 국유기업 혼합소유제 도입, 이사회 역할 강화 등 시장화 방안 포함
中 국무원 "2020년까지 성과 내겠다"

[사진=중국신문사]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당국의 향후 경제개혁을 뒷받침할 핵심정책인 국유기업 개혁안이 13일 오후(현지시간)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중국중앙(CC)TV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13일 국유기업 소유구조 다원화 등 방안이 포함된 '국유기업 개혁 심화에 관한 지도 의견'을 발표했다고 이날 전했다.

생산과잉 문제를 겪고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국유기업을 통합하고 민간자본의 진입 문턱을 낮춰 국유기업의 경영 효율과 투명성은 물론 시장주체로의 독립성도 높인다는 취지다. 이번 의견에서는 오는 2020년까지 가시적인 확실한 성과를 거두겠다는 구체적인 목표 시한도 제시됐다. 이는 중국 당국의 국유기업 개혁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바오젠윈(保建雲) 중국 인민대학 국제정치경제학 연구센터 주임은 "이번 지도의견은 기존에 추진됐던 부분적인 국유기업 개혁 성과를 바탕으로 내디딘 전진의 큰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지도의견은 민간자본에 국유기업 진입 기회를 줘 소유구조를 다원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민영기업 등 민간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다수 투자자가 국유기업 지분을 보유하도록 하는 혼합소유제를 도입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국유기업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1인자 등 권력층이 독단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도록 감시 메커니즘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민간 투자자는 국유기업의 주식과 전환사채를 구입하거나 스와프 거래 권리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개혁에 동참이 가능하다. 

이사회의 역할과 권한도 강화됐다. 지금까지 국유기업 운영에 있어 이사회는 '유명무실한' 존재로 평가돼왔다. 당국은 기업 최고경영자의 막강한 권력을 이사회로 분산해 견제와 균형이 효과적으로 작동되는 경영구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사회의 권한을 보호하고 법의 권한을 부여 받은 기관 외 그 어떤 기구도 이사회의 결정에 간섭할 수 없다는 내용도 의견에 포함됐다.
 
국유기업간 인수합병 관련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기업간 통합에 속도를 올리고 우량자산 외에 국유기업 그룹 전체가 상장할 수 있는 시장환경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유기업의 경영효율을 높이고 시장주체로서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112개의 중앙 국유기업을 40개 수준으로 줄인다는 구체적인 방안은 이번 의견에 포함되지 않았다. 혼합소유제 추진도 확정됐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단, 의견은 "일정을 따로 설정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천천히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국유기업을 상업형과 공익형으로 분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상업형 기업은 이윤창출을 통해 국유자산 확대에 주력하고 공익형 기업은 공공재 및 공공서비스 공급 등에 집중하게 된다.

노동생산성을 반영한 임금체계도 도입된다. 국유기업 임원진과 직원들도 민영기업과 마찬가지로 성과에 상응하는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전문 경영인을 개별 고용하는 것도 허용됐다.

한편 중국 8월 주요 거시지표가 발표되고 경기둔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국유기업 개혁안이 공개돼 당국이 부양책의 일환으로 개혁안을 제시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13일 발표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중국 도시 고정자산투자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10.9% 증가에 그쳤다. 이는 직전월 증가율이자 시장 전망치인 11.2%를 밑돈 것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8월 산업생산의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도 시장 예상치인 6.5%를 밑도는 6.1%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