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BW 흥행에도 재무개선은 미지수
2015-09-10 17:37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현대상선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공모로 4조원대 시중자금을 끌어들이는 흥행을 기록했으나, 의미 있는 재무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해운업황 회복이 여전히 요원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눈덩이 적자로 인한 자본잠식, 빚으로 빚을 막는 악순환을 해소하려면 먼저 실적개선이 가시화돼야 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와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7~8일 실시한 1500억원 규모 BW 일반공모청약에 몰린 돈은 4조2882억원에 이른다. 청약 경쟁률은 28.59대 1을 기록했다.
이번 현대상선 BW는 신주인수권(워런트)과 채권을 따로 사고팔 수 있는 분리형이다. 만기 4년인 현대상선 BW 1만원어치를 배정받는 투자자는 2019년 9월 10일까지 연 7% 이내 이자를 주는 액면 1만원짜리 채권과 신주 2주를 주당 5000원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채권은 2017년 3월 10일 먼저 갚아달라고 요청할 권리(조기상환 선택권)도 있다.
한 증권사 메자닌펀드 담당자는 "워런트를 따로 거래할 수 없었다면 미달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남북관계 개선 기대에 따른 주가 상승도 매력을 높였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금강산 관광 사업권을 가진 현대아산 최대주주(67.58%)다.
이번 BW 판매로 현대상선은 어느 정도 자금 압박을 덜게 됐다. 회사는 납입자금 가운데 806억원과 167억원을 하반기 각각 선박금융원리금 상환, 기기금융에 사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528억원은 용선료 지급에 쓰인다.
그러나 업황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 성공으로 그동안 적자행진을 이어 온 현대상선이 존속 가능성을 높였다"며 "하지만 실적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상선은 2011년 이후 꾸준히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연결 기준 영업손실, 순손실이 각각 590억원, 2100억원에 이르렀다. 이 회사는 자본잠식률도 35%에 달한다.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인 'BB'다.
이를 만회할 열쇠를 쥔 업황 전망 역시 어둡다. 전통적인 컨테이너시장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컨테이너 대표지수 가운데 하나인 상하이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2주 연속 상승했지만, 물동량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유럽노선 운임은 티이유(TEU, 1 TEU는 6m 컨테이너 1개)당 763 달러로 최근 한 주 만에 29.1% 상승했지만, 전년 같은 시기 1129 달러보다 32.4% 낮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손익분기점이 TEU당 800~1000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저유가로 비용절감이 예상되지만, 지속되는 운임 하락으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