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성결혼 허가증 거부 법원서기 석방
2015-09-09 06:08
법과 종교적 양심 사이 논란 심화 전망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동성애자 커플에게 결혼허가증 발급을 거부했다가 구속됐던 미국 켄터키주 로완 카운티의 법원 서기 킴 데이비스(여)가 5일 만에 석방됐다.
법정모독죄로 데이비스의 체포를 명령했던 데이비스 버닝 판사는 8일(현지시간) 데이비스가 체포돼 있는 동안 그녀의 부서기들이 결혼허가증을 발급해준 것에 만족한다면서 석방 명령을 내렸다. 버닝 판사는 그러나 데이비스에게 앞으로도 다른 서기들의 관련 업무를 방해하지 말도록 경고했다.
기독교인인 데이비스는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결정에도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하는 것"이라며 동성커플에 대한 결혼 증명서 발급을 거부해 왔다. 그러던 중 버닝 판사의 '최후 명령'도 거부해 법정 모욕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데이비스 구속 후 로완 카운티 법원에서는 다른 5명의 부서기들이 동성커플에게 결혼허가증을 발급해오고 있다. 이 결혼허가증의 발급자는 '킴 데이비스'가 아니라 '로완 카운티'로 돼 있다.
버닝 판사의 석방 명령은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의 데이비스 방문 직전 내려졌다. 두 사람은 석방 직전 데이비스를 직접 면담했다.
데이비스가 석방되는 교도소 앞에는 수십 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무지개 색 우산을 들고 흰 십자가를 흔들며 종교의 자유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교도소 주변 학교 5곳은 혼잡을 우려해 수업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법과 종교적 양심 사이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쟁이 앞으로도 심화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한 항공사의 무슬림 여승무원이 승객에게 주류 제공 서비스를 거부하다가 정직과 함께 해고 위협에 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쟁이 가열됐다.
미 항공사 '익스프레스제트'에서 3년째 승무원으로 근무 중인 채리 스탠리(여)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승객들에게 주류 제공 서비스를 거부하다가 지난달 말 1년간의 무급 정직처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