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조' 파생결합증권, 금융당국 실태 점검…운용규제 도입(종합)
2015-08-27 10:48
ELS 쏠림 시 발행제한ㆍARS 사모발행 허용 등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파생결합증권 발행액이 10년 새 4배 이상 불어나면서 금융당국이 실태 점검에 나선다.
당국은 상품의 위험요인을 감안해 과도한 쏠림 시 발행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증권사를 대상으로 유동성 및 건전성 스트레스테스를 정례화하고, 조달한 운용자산에 대한 규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2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파생결합증권 발행현황과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말하는 파생결합증권은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파생결합사채(DLB) 등을 모두 통칭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6월말 현재 파생결합증권 발행 규모는 94조4000억원으로 10년 전(22조4000억원)과 비하면 4.2배 늘었다. 증권사 총 자산의 26.5%에 달하는 수치다. 저금리에 고수익 투자처로 인식된 점이 급증을 이끈 것이다.
김학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파생결합증권 손실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파생결합증권의 큰 폭 증가가 어떤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지 사전에 점검하고,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우선 기초지수별 쏠림현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리스크가 커지면 해당 지수를 기초로 한 파생결합증권 발행을 6개월 등 일정 기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기초 파생결합증권 발행액은 36조3000억원으로 홍콩 HSCEI 선물시장의 최근 1년간 평균 미결제약정금액(22조6000억원)의 160.3%에 달한다. 손실이 발생하면 증권사의 건전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발행사 신용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김 국장은 "홍콩지수의 경우 쏠림현상이 있다고 판단한만큼 추종 ELS 규모를 보고 추가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노란 불을 켰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또 증권사에 대해 유동성·건전성 스트레스테스트 실시도 정례화한다. 올해 테스트는 11월까지 끝낼 예정이다. 증권사별 비상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 구비 여부도 점검한다.
파생결합증권으로 조달한 운용자산에 대해선 특별계정을 설정해 증권사 고유계정과 별도로 회계처리를 하도록 운용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공모 발행 시에는 발행사 신용평가 주기를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해 투자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할 예정이다.
다양한 투자수요 충족 차원에서 절대수익추구형스와프(ARS) 발행은 허용키로 했다. ARS는 투자자문사의 자문에 따른 포트폴리오의 운용성과를 지수화하고, 이 성과에 연계해 발행한 파생결합증권을 뜻한다. 주로 롱숏 포트폴리오(저평가종목 매수·고평가종목 매도)의 운용성과에서 운용보수 등 비용을 차감한 잔액을 지수화한 상품이 대부분이다. 다만 당국은 투자자보호를 위해 사모 형태 발행만 허용하고, 일반투자자 대상 발행은 제한하기로 했다.
제3자인 채권평가사가 ARS 지수 검증과 산출을 함께 맡아 객관성을 높이고, 운용경과도 매월 투자자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9월말부터는 전 업권 신탁판매 채널에 대해 ELS 판매실태 전면 점검에도 나선다.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당국은 9월중 행정지도와 연내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통해 위 방안들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