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도발에 대한 사과 필요" 대북원칙론 재확인…득일까 실일까

2015-08-24 13:45
박 대통령 "북한 확실한 사과·재발방지 필요…물러설일 아니다"…"사과없으면 대북 확성기 방송 계속 유지"
박지원 "사과받는 일에 치중하면 성공할 수 없어" 유연한 협상 강조…포괄적 전략적 접근 필요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초래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황을 논의하는 남북 고위급 접촉이 24일 사흘째 강행군을 이어간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대화와 협력에는 응하지만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응징한다는 대북 원칙론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회담의 성격은 현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지뢰도발을 비롯한 도발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국가안보와 국민안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북한이 도발상황을 극대화하고 안보위협을 가해도 결코 물러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협상이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이같이 언급한 것은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을 시인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면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을 관철해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북한이 도발로 위기를 조성한 뒤 일시적으로 '대화모드'가 조성되면 북한의 사과 없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다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해 온 과거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지금까지 북한에 대해 ‘도발시 단호한 응징’을 내세우면서도 ‘언제든 대화와 협력에 나서겠다’는 투트랙 기조를 대북 원칙으로 천명해왔다.

북한 지뢰 도발과 포격 도발에 이어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48시간 최후 통첩을 보내온 북한에 대해 “도발에 대해서는 어떠한 용납도 없다. 도발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원칙론을 고수한 끝에 북측이 먼저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남북고위급접촉 대표의 급과 관련해서도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외에 군의 가장 최고 책임자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나와야 한다는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북한 도발에 따른 보수세력 결집과 ‘단호한 응징’ 의지 천명에 대한 국민적 지지에 힘입어 40%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강경한 대북원칙론이 모처럼만에 찾아온 남북 간 대화 무드를 깰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우리 측이 강력히 요구하는 지뢰도발, 포격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는커녕 시인하기조차도 어렵다는 게 대북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북한은 이번 도발 국면에서 “우리 군대와 인민은 우리 인민이 선택한 제도를 목숨으로 지키기 위해 전면전도 불사할 입장”이라고도 주장했다.

북한의 입장에서 우리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체제를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한반도신뢰 프로세스, 드레스덴 선언, 통일대박론도 북한 체제 붕괴를 통한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대북 정책일 뿐이라고 북한은 판단하고 있다. 결국 이번 협상은 애초부터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췄던 셈이다.

다만 남북이 최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황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현격한 견해차를 보였지만, 회담장을 박차지 않은 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데 공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이 포격과 준전시상태 선포에 이어 대화를 하는 것도 압박을 통해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 양보를 얻으려고 하는 강온(强穩) 양면 전술이라는 해석이다.

또, 남북 모두 동북아 외교전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남북 관계 개선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남북 모두 빈손으로 이번 협상을 마칠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고 외교적 실리도 잃게 될 수밖에 없다.

임기후반기에 들어선 박근혜정부 역시 광복70주년인 올해가 남북관계 개선의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이번 협상을 통해 박 대통령의 통일 구상의 구체적 실천방안과 가시적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한반도 평화·안전보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사과를 받는 일에 너무 치중하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포괄적이고 근본적으로 관계를 개선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조언했다.

남북 대표단이 극적 타결책을 마련하면 핵심 의제인 지뢰도발 사과와 확성기 방송 중단 외 이산가족 상봉 등의 남북관계 현안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